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의식이 아니라 바닷물 속에 잠긴 거대한 빙산이라 할 수 있는 무의식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자 빅토르 프랑클이 말하기를 인간의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는 무의식은 초월적 존재인 하느님과의 연결 흔적이며, 무의식이라는 초월의식을 통해 자기 존재의 진짜 궁극적 근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드디어 폭탄선언을 하고 맙니다. 당신이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계셨다는 것입니다.(58절) 그전에는 또 당신의 말을 들으면 영원히 죽음을 맛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51절)
유다인들의 심기를 한껏 불편하게 만드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조금은 호의적인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게 되는 결정적인 실수(?)입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향해 너는 쉰 살도 안 되었다고 말합니다. 경험적 세계에서는 맞는 말입니다. 예수님이 아브라함 전부터 있었다는 것은 당신의 경험적 자아가 아닙니다. 이것은 궁극적인 근원으로서의 자기 성찰입니다. 예수님의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주만물을 꿰뚫는 하느님, 그 충만함으로 가득 차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신원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로 더욱 확고하게 당신의 길을 가실 것입니다. 많은 모욕과 박해, 온갖 사악한 말로 고발을 당하고 급기야는 죽으시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생명의 길이고 영광의 길인 그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서춘배 신부(의정부교구 주교좌 의정부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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