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머리말 _ 만남
동전 두 개가 나란이 놓인 것을 만남이라 하지 않듯이, 버스
나 기차간에 나란히 앉은 것을 만남이라 하지 않듯이, 인간의 만
남은 단순히 같은 장소에 함께 있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해도 저마다 제 소리만 내거나, 아
무리 뜨겁게 사랑을 고백한다 해도 저마다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
가지 못한다면 함께 있음도 만남이 아니다.
만남은 인격적 사건이다. 인격적 만남은 상대에게 관심을 가지
는 일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의 소지품이나 아주
사소한 일에서조차 상대의 실존을 느끼며, 그것을 통해 사랑의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 추
억까지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게 된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와
나의 관심사가 일치되어 간다. 이처럼 서로에게 관심을 쏟고 존
중하는 가운데 서로 닮아가며 인격적 만남을 이루게 된다.
현대인의 사랑이 쉽게 깨지는 것은 만남이 인격적 만남에서 출
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 자체(본래의 모습)가 아니라 상대
의 조건에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 관심사나 욕심에 따
라 남을 판단하는 만남은 인격적이지 못하여 오래가지 않는다.
상대의 본질을 떠나서는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서 인간은 하느님께서 하신 일을 만나야
한다. 내 기호가 아니라 그분의 관심사에 비추어 사람을 만날 때,
그분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게 된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
물 안에 당신의 모두를 전달하여 그 안에서 당신을 만나도록 하
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관심사, 그분의 일을 사랑하는 자만이 그
분을 만날 수 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