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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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 길 - 5.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5-04 조회수590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2.5.4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사도13,26-33 요한14,1-6

 

 

 

 

 






하늘 길

 

 

 

 

 



오늘은 ‘길 자랑’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를

‘태초에 길(道)이 있었다.’ 로 번역한 중국 성경이 참 고맙습니다.

 


태초에 길이 있었습니다.

길 없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길 있어 사람이고 사람 있어 길입니다.

 


길이 막혀 좌절이요 길을 잃어 방황입니다.

길을 찾는 사람이라 사람은 누구나 구도자(求道者)입니다.


예전 어느 사진작가의 사진전 초대 글도 생각납니다.

 

 

 

 

 


-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무엇을 찾으려고 그렇게 걸어 다녔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하고

 

  보이는 것에서 숨겨져 있는 것을 보려한다는

 

  옛 선인의 말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길을 나서려 합니다. - (2007.6 황석산)

 

 

 

 

 


길에선 만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부단히 길을 찾아 길을 나서는 위의 사진작가 역시

타고난 구도자임이 분명합니다.

 


숲길, 산길, 꽃길, 오솔길, 지름길, 물길, 눈길, 봄길 등

길의 명칭도 많고

우리에게 시심을 불러일으키고 많은 깨달음도 줍니다.


우리 요셉수도원의 보물도 바로 이런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도원 정문에서 불암산을 바라보며 성전까지 걷는 길,

평화의 집에서 성전까지의 배 밭 사이 오솔길,

수도원 정원 둘레의 십자가의 길, 모두가 수도원의 명품입니다.

걸으며 운동도 하고 기도도 하니 일거양득입니다.


14년 전 써 놓은 ‘오솔길’이란 자작 애송시도 생각납니다.

 

 

 

 

 


- 너/밖에는 안에든/오솔길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임과 나만이 아는 오솔길

 

  임이 그리워/목마를 때 찾는 오솔길

 

  임과 함께 걷는 오솔길/늘 걸어도/늘 그립고 아늑한 오솔길

 

  너 있는가? - (1998.7.28)

 

 

 

 

 


풍요로운 내적 삶을 위해서

이런 주님과의 내밀한 공간으로서의 오솔길 마련은 필수입니다.

 


신영복 씨의 ‘길 마음’이란 묵상에서 깊은 통찰을 배웁니다.

 

 

 

 

 


- 도로는 직선이기를 원하고 고속이기를 원한다.

 

  길은 곡선이기를 원하고 더디기를 원한다.

 

  도로는 속도와 효율성이 지배하는 자본의 논리이며

 

  길은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경작되는 인간의 원리입니다.

 

  도로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이라면

 

  길은 자기 자신이 목표이다.

 

  우리의 삶은 다른 어떤 가치의 하부가 아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직선을 달리고 있지만

 

  동물은 맹수에게 쫓길 때가 아니면

 

  결코 직선으로 달리는 법이 없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길이어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보람 찬 시간이어야 한다. -

 

 

 

 

 


예전엔 대부분 이런 곡선의 자연스런 아름다운 길이었는데

오늘 날 거의 인위의 직선 도로로 바뀌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모든 길이 상징하는바 하늘 길입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하늘 길’입니다.


지상의 어떤 길도 우리의 갈망을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걷고 걸어도 목마름은 여전합니다.


‘하늘’거리는 5월의 신록의 이파리들

‘하늘 길’을 찾으라는 신호입니다.

 


길 중의 길, 하늘 길이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늘 길을 찾아 멀리 갈 것은 없습니다.

언제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하늘 길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 삶의 여정은 그대로 하늘 길을 향한 여정이요

매일 미사는 하늘 길 여정의 이정표가 됩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복음의 진수를 요약합니다.

길이라고 다 길이 아닙니다.

죽음에 이르는 길도 있고, 거짓으로 포장된 길도 있습니다.


아버지께 이르는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은

부활하신 예수님 한 분뿐이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한 계시는 하느님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하느님과 내밀한 친교요 영원한 생명의 나눔입니다.



이 하늘 길을 찾아 걸으며 살 때

비로소 기쁨과 행복, 안정과 평화입니다.

 


사람들이 어리석어 가까이 있는 하늘 길, 구원의 길을 놔두고

밖에서 길을 찾습니다.


눈만 열리면 지금 여기서 하늘 향해 환히 열린 하늘 길을 봅니다.

 


이런 하늘 길이신 부활하신 주님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바오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 선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다시 살리시어

  그들의 후손인 우리에게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당신 아드님을 부활시키시어

우리에게 하늘 길을 활짝 열어주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바오로입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하늘 길을 잊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를 향한 주님의 위로 말씀입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 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하늘 길이신 주님을 믿을 때,

또 하늘 길 여정 후

아버지의 집안에 있는 참 좋은 우리의 거처를 생각할 때

사라지는 두려움과 불안입니다.

 


우리의 길이자 가이드이신 부활하신 주님은

오늘도 거룩한 미사를 통해

하늘 길 향한 우리의 여정에 함께 하시고자 오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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