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가짜 기억’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자신의 상상으로 기억을 만들어 내어 결국엔 그것이 자신의 기억이라고 굳게 믿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세르주시코티가 지은 “내 마음속 1인치를 찾는 심리실험”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실험자는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는 학생들에게 그 테마공원을 구경하는 장면을 찍은 광고사진 을 보여주었답니다. 그 사진에는 벅스 버니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서 있었습니다. 피험자들에게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버니를 만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보라고 했을 때, 62%가 벅스 버니와 악수를 했다고 기억 했고, 45%는 벅스 버니와 포옹을 했다고 기억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벅스 버니에게 당근 준 것을 기억하는 학생도 한 명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벅스 버니는 워너브라더스의 고유 캐릭터이므로 디즈니랜드에서는 절대로 만나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광고 사진은 가짜였고, 피험자들의 기억 역시 가짜였다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살던 한 중년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이 여인은 우울증 때문에 정신 병원을 찾아갔는데 그 병원의 심리 치료사는 그녀의 우울증은 어린 시절에 일어난 근친상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고 합니다.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는데도 심리 치료사가 잘 기억해 보라고 계속 추궁하자 결국 그녀는 심리 치료사의 의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녀는 심리 치료사의 조언에 따라 아버지를 만나 따지고 항의한 뒤 부모와 관계를 끊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 근친상간 당한 사람들 상조회를 만들었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자기 기억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부모를 찾아가 사죄하고 정신병원을 고소하게 된 것입니다.
[출처; 김필곤, 가짜 기억, http://cyw.pe.kr/xe/525522#0]
저도 제 어릴 적 기억 중에서 이것이 진짜 있었던 일인지 제가 상상을 자주 해서 만들어 낸 것인지 헛갈리는 기억들이 있습니다. 만약 누가 “기 기억이 진짜 맞아?”라고 세 번이나 연속으로 물어본다면 세 번 다 맞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확실한 것을 좋아하십니다.
예수님은 베짜타 연못에서 38년간이나 병이 고쳐지기를 원하며 기다리던 병자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십니다.
“낫기를 원하느냐?”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입니까? 낫기를 원치 않았다면 38년간이나 매일 그 연못에 나와 앉아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짜로가 아니라, ‘정말로’ 낫기를 원하는지를 물어보시는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을 만나기까지 스스로 낫기를 원한다는 위안 속에서만 살았지, 참으로 낫기를 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라고 하십니다.(요한 17,3) 그런데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분에 대해 더 알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하루 24시간 중에 한 시간도 그 분에 대해 알려고 할애하지 못하고 있다면, 참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가짜로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럴 때 예수님께서 “너 정말로 영원한 생명을 가지기를 원하였느냐?”라고 세 번씩이나 물으면 누가 그랬었다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양떼인 우리들을 베드로에게 맡기시기 전에 그에게 정말 당신을 사랑하느냐고 ‘세 번씩’이나 물어보십니다. 사람은 믿는다고 하면서도 믿지 않고 원한다고 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세 번씩이나 확정을 짓는 것입니다. 함부로 맡기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사람을 잘 아십니다. 우리가 하늘나라 갔을 때, 예수님께서 이런 질문을 하신다면, 베드로처럼 세 번 다 대답할 수 있을까요?
“너 정말 나를 사랑하였느냐? 너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였느냐? 너는 정말로 나를 사랑하였느냐?”
만약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였다면 이렇게는 살지 않을 것입니다. 저라면 단 한 번도 제대로 그랬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짜 신앙인에서 벗어납시다. 세 번 다 그랬다고 대답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됩시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질문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