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Blessed are you who believed
that what was spoken to you by the Lord
would be fulfilled.
(Lk.1,45)
제1독서 스바니야 3,14-18
복음 루카 1,39-56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된 후 이상하게도 이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났다고 합니다. 길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지요. 그런데도 사고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다른 고속도로와는 달리 이 도로는 직선이 많고 곡선도로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통 초기여서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직선도로이기 때문에 운전하는 것이 지루했고, 또한 도중에 쉴 수 없어서 사고가 많았던 것입니다.
언젠가 운전을 하다가 목적지가 일자로 쫙 뚫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엉뚱한 상상을 한 적이 있었지요. 운전하는데도 편할 것이고, 시간도 많이 단축시킬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자로 쫙 뚫려 있는 도로가 훨씬 사고가 많답니다. 지루해서 운전하는 맛도 나지 않고, 졸음이 쏟아져서 사고 날 확률이 높은 것입니다.
자동차도로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요? 직선으로 뻥 뚫린 삶만이 아니라, 때로는 굴곡의 삶도 있어야 합니다. 또한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쉴 수 있는 쉼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삶 안의 아픔과 시련도 줄일 수 있으며,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간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무조건 직선의 삶을 그리고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마치 멈추지 않는 전차처럼 살려고만 합니다. 바로 우리의 나약함과 부족함 때문입니다. 이는 주님께서도 잘 아십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행복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커다란 선물을 건네주셨지요. 바로 “이웃”입니다.
오늘 우리들은 성모님께서 엘리사벳 성녀를 방문하신 것을 기념하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당시 이 두 분에게는 큰 걱정이 있었지요. 엘리사벳 성녀는 늙은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된 것에 대한 걱정, 성모님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한 것에 대한 걱정입니다. 이러한 걱정이 있을 때, 성모님께서는 엘리사벳 성녀를 방문하셨고 이 둘은 서로 큰 위로와 힘을 얻게 되었던 것입니다.
성모님과 엘리사벳 성녀의 이 만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앞서 직선의 삶을 지향하면서 혼자서 무엇이든 다 하려는 사람이 있지요. 이들은 결국 외로움 속에서 힘들어하며 불평불만을 갖게 마련입니다. 바로 그 순간 성모님과 엘리사벳 성녀가 큰 걱정 속에서 서로 만났던 것처럼, 우리 역시 내 주변의 이웃들을 만나야 합니다. 그 이웃들은 나를 위해 배려하신 주님의 큰 사랑으로 그들을 통해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혹시 내 이웃을 바라보지 못하면서 불평불만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나 혼자만 잘 살면 되지.’라는 어리석은 생각들은 모두 벗어 버리고, 대신 우리 모두가 함께 주님의 큰 사랑을 누리며 살아가야 합니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 말을 기억하며 나의 이웃들과 함께 하는 것을 절대로 피하지 마십시오.
인생을 알고 나면, 살아갈 힘을 잃는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박민규).
연주도 함께 해야 풍요로워집니다. 교구청의 멋진 두 신부님.
노후준비
이메일 한통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냥 삭제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광고성 메일이었는데, 그 제목이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 제목은 ‘노후준비 하고 계십니까?’였지요(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러했던 것 같습니다). 노후저축연금에 가입하라는 스팸메일이었습니다. 사실 제 주변에서 또 신문 등의 매체를 통해서도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어디에서는 몇 억은 있어야 노후준비를 할 수 있고, 그래야 안심하고 죽을 수 있다는 말들도 하더군요. 그리고 그 이유를 꽤 타당하게 설명을 합니다.
이 말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먼 미래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 미래만 바로보고 사는 사람은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지요. 그러나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많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조건의 상황에서도 누구는 행복하다고 말하고, 누구는 불행하다고 말하지 않습니까?
행복은 소유와 연결되지 않습니다. 행복은 순간을 잘 살아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주님의 선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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