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목욕탕에서
때 많은 인생
나는 매일 아침 등산을 하며 등산 후에는 또 일반 대중탕에서
목욕을 한다. 도시에서 살 때는 그렇게 할 기회가 자주 없었는데
함평 시골에 와서는 산이 가깝고 또한 목욕비가 싸다 보니 두 가
지일이 아예 일과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처음 목욕탕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혼자서 때를 밀고 있던 어떤 형제가 나를 흘긋 보더니만 기겁
을 해서 놀라는데 아마 성당에 다니는 신자임이 분명한 듯했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해도 그는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부끄럼을 타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욕탕에서 신부님을 만나 보기는 제 생전 처음입니다!"
그는 마치 신부님의 알몸을 쳐다봤다가는 무슨 죄라도 짓게 되
는 줄 알고 도무지 안절부절했다.
나도 한마디했다.
"우린 이제 깨복쟁이 친굽니다."
그래도 그는 거북하다는 듯이 대충 샤워를 하고 나가려는 것
을 뒤에서 불렀다.
"등 좀 밀어 주시겠습니까?"
그 말에는 아주 반색을 하더니 때를 미는 정성과 손길이 아주
극진하였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더 했다.
"신부님도 때가 있군요."
그 사람이 비로소 웃었다. 그래서 나도 한마디 더 했다.
"나는 겉때보다는 속때가 더 많은 사람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