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목욕탕에서
더러운 인생
한번은 목욕탕에 들어서니 어떤 여자 꼬마아이가 자기 아빠랑
몸을 씻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들어가자마자 그 꼬마의 시선과
표정이 내 신경을 사뭇 건드렸다.
처음부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그 꼬마는 내가 옆으로
가면 옆으로 쳐다보고 뒤로 가면 뒤로 돌아서 쳐다보는데 내 몸에
뭔 이상이 있는 듯이 여겨졌다. 그러나 내 몸의 아래 위를 살펴봐
도 별 하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그냥 탕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아 버렸는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려 그 꼬마를 보니
꼬마는 여전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별일이었다.
그때 비로소 긴장이 되는데 도무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뒤돌아보고 그 꼬마에게 살짝 윙크를 했더니 고
것이 글쎄 "에이, 더러워!" 하더니만 침 뱉는 시늉으로 내게 인상
을 팍 썼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먹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더니
"칵 죽여 버릴라!" 하면서 위협까지 하는 것이었다.
날 죽인다는 소리는 군대에서 기합받을 때 처음 듣고는 그때가
두 번째였는데 까딱 잘못했으면 그 날 목욕탕에서 송장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어린이의 눈은 하느님의 눈이요 아기의 마음은 하느님의 마음
인데 저 꼬마가 혹시 내 안에 감춰진 어떤 추악한 모습을 보고 질
책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두렵기도 했고 부끄
럽기도 했다.
"예수님, 별놈이 다 후려치는군요."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