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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친구 박진원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5 조회수530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1 "안 된다니까, 그래!"

내 친구 박진원
박진원이란 친구가 있었다. 이름을 밝혀서 미안하지만 본명은 아오스딩으로서 한마디로 이 친구는 아주 재미있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너무도 단순하고 순수해서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을 자주 황당하게 만들었다. 단순함이 그의 장점이요 또 단점이었다. 아오스딩을 처음 만난 것은 1974년으로 광주광역시에 있는 어 느 수도회에서였다. 그와 나는 나이가 같은 데다가 입회 동기생이 었기 때문에 서로 친했는데 그는 경상도의 모 수도회 청원 수사로 있다가 적성이 안 맞는다 하여 수도회를 바꾼 것이 나와 만난 인연 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만남은 은총이요 축복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개성이 서로 강하고 성격이 아주 독특했는데 그 쪽이 더 유별나서 내가 괴짜였다면 그는 괴물(?)이었다. 사사건건 그는 문제를 만들어 나와 다퉜는데 서로 싸우면서도 우리는 의기 투합할 때가 더 많았다. 좌우간 그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 수도원 전체를 흔들곤 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 었다. 당시 외국인 수사들은 슬리퍼를 한 번 신으면 실내고 실외고 구 분하지를 않고 다녔는데 그것이 그들의 생활 습관이었다. 그러나 수도원의 실내 청소를 담당한 아오스딩으로서는 그게 여간 큰 불 만이 아니었으며 그리고 그냥 넘어갈 그도 아니었다. 미사 때의 일 이었다. 신자들의 기도가 막 시작될 때 아오스딩이 얼른 스타트를 끊더 니만 "실내화를 신고 문밖을 출입하는 수사님들을 위하여 기도합 시다" 하면서 공개적으로 시비를 걸었다. 미사는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고 영문을 모르던 외국인 수사들은 얼굴만 벌개진 채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 자초지종을 듣고는 두 손을 번쩍 들게 되었다. "무섭습니다!"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아오스딩은 수도원의 분위 기를 혼자 장악하더니 누구든 맘에 안 드는 수도자 있으면 선후배 를 가리지 않고 기어이 찾아가서 대들며 따졌다. 그때는 좌우간 아오스딩에게 당하지 않는 수도자가 없었으며 또 수도원 내에 일 대 파문을 일으켰으나 웬일인지 나한테만은 꼬리를 자주 내렸다. 사람들은 그래서 나를 그의 '천적' 이라고 불렀다. 아오스딩은 수도자로서 열심히 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묵 주기도도 하루에 50단, 60단씩 바쳤으며, 열심과 관계되는 일이라 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노력한 것만큼 주위로부터 인정 을 받지 못해 내 쪽에서도 안타까울 때가 많았는데, 얼마 후 나는 신학교에 입학하는 관계로 그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서운하게 도 그 수도원은 신부를 양성하지 않았다. 내가 수도원을 떠난 뒤에도 그는 순수한 열정으로 수도 생활을 잘했으나 결국 적성이 안 맞는다 하여 종신서원을 앞두고 수도원 을 떠났는데 그때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신학교로 나를 찾아온 것 이 마지막이었다. 그때 그가 한 말은, 아무리 열심히 살고 싶어도 돌아가는 세상이 영 맘에 들지 않아 수도원에서 더는 못 살겠다고 했다. 아오스딩의 소식을 다시 들은 것은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다. 미국에서 좋은 여자를 만나 잘산다고 했으며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되었다고 특히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이후에는 완전히 새 사 람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1993년 시월이었다. 안식년을 맞아 내가 마이애미 성당에 초청되어 갔을 때 로스앤 젤레스에 살고 있는 아오스딩한테서 전화가 왔다. 만나자는 것이 었다. 마이애미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는 비행기로 6시간 거리였 으나 그러나 거리와 시간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보고도 싶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그는 미국 서부의 관광 스케줄을 다 잡아 놓고 있었다. 성질도 많이 달라졌지만 생각하는 것이 굉장히 넓어져 있 었다. 처음 그에게 사기를 쳤던 어떤 형제가 결국 감복하여 죽을 때 아오스딩 손을 잡고 천주교로 개종했다고 했으며 그리고 이웃 에게 늘 친절하게 대한 덕분으로 지난 흑인 폭동 때도 무사했다고 한다. 좌우간 무척 반가웠다. 우리는 밤새 얘기를 나누며 옛날 수도원 시절을 회고했는데, 이젠 한 잔 술에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그를 보고는 우리도 이제 늙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예수님, 저희도 이제 5학년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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