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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 - 6.1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6-18 조회수504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2.6.18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열왕기 상21,1ㄴ-16 마태5,38-42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

 

 

 

 

 



성경은 인간 전시장 같습니다.

온갖 사람들이 다 등장합니다.

1독서의 아합왕과 이제벨,

복음의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인간상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아합왕과 이제벨을 통해서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복음의 예수님의 바라시는 인간상을 통해

사람이 얼마나 선해질 수 있는지 깨닫습니다.


무죄한 나봇의 억울한 죽음이 너무 어처구니없어 가슴이 먹먹합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주님의 이 말씀은 악에 대한 무저항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악인에게 일일이 맞서지 말라는 것입니다.

무저항의 비겁함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인 비폭력의 사랑으로 저항하라 하십시다.


악인에 맞서서 도저히 악을 이길 수 없습니다.

주님은 구체적 예를 통해 악인에 대항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누가 네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말라.”

 


바로 이게 선으로 악을 이기는 적극적 비폭력의 저항입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미운 놈 떡 하나 준다.’는 말들 역시

다 같은 맥락의 지혜로운 처방입니다.

 


무저항의 비겁함이 아니라 적극적 비폭력적 사랑의 용기입니다.



이래야 악순환의 보복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의 세력을 무력화시킵니다.

악의 힘을 빼는 데는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동기라도 폭력의 저항은

보복의 악순환의 유혹에 빠지기 십중팔구입니다.


하여 자기도 모르는 중에

악마와 싸우다 악마가 되고,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몸과 마음 망가진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앙갚음 하고자 하는 악한 마음입니다.


누구나의 본능적 보복심입니다.


오른 뺨을 맞았을 때, 또 속옷을 가지려는 무자비한 자에게

보복심이 발동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바로 이런 내 안의 악한 마음과의 내적전투에 승리해야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입니다.


기도의 힘, 하느님의 힘이

바로 내 안의 악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보복심을, 앙갚음 하려는 마음을 무력하게 합니다.


적극적 비폭력의 사랑으로 용기 있게 투신하게 합니다.

 


문제의 적은 내 안에 있습니다.


오늘 아합왕과 나봇 역시

문제의 적은 바로 그들 안에 있는 집착의 탐욕이었음을 봅니다.


막강한 권력과 부의 소유에도 불구하고

궁 곁에 있는 나봇의 포도밭을 탐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끝없는 탐욕의 집착입니다.


나봇 역시 아합왕과는 질적으로 양상은 다르지만

고지식한 내 소유에 대한 집착이 화근이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조상들에게서 받은 상속 재산을 임금님께 넘겨 드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나봇이 좀 더 집착의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넓고 깊은 안목으로 상황을 지혜롭게 파악했다면

아합왕의 제안에 응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두말 할 것 없이 잘못은 아합왕에게 있지만

고지식하고 완고한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나봇의 처지가 참 안타깝습니다.

 



아합왕과 이제벨은 공모하여

손에 피하나 묻히지 않고 감쪽같이 나봇을 처치합니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일사천리 악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이들의 악행이 전율케 합니다.

 



역사 상 악한 권력에 의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의문사 당했는지요.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무저항의 비겁함이 아니라

비폭력적 사랑의 용기입니다.

 



기도의 힘, 하느님의 힘이 내 안의 보복심과 탐욕을 무력화 시켜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에 항구하게 합니다.

 



바로 매일 미사를 통해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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