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정치와 종교
정치와 종교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아주 다르다. 대중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볼 수 있지만 외부로 표현되는
방식은 아주 다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밖으로 큰 소리만 칠 줄 알았지 자기 내면
을 향하여 은밀하게 속살일 줄은 모른다. 그들은 세상의 잘못을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들한테서 찾으며 세상의 혼란을 다른 정
치인이나 경제인들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
이와 달리 종교를 믿는 신앙인들은 소리 없이 기도하기를 강
조하면서 밖으로 외쳐야 할 소리까지 삼켜버릴 때가 많다. 그들
은 안으로 침잠하며 자기만의 평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고통 받
는 이들의 신음소리에 둔감하다. 아니, 듣고서도 이를 외면하기
까지 한다.
구원은 각자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나오는 외침을 멈추고 국민의 신음소리에 귀 기
울이고, 종교가 자기만의 평화와 안정을 깨고 사회의 고통에 말
문을 열 때 정치는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있고 교회
역시 온 세상을 위한 구원의 종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는 소리 높여 외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가가
은둔자처럼 안을 향하여 속삭이고 종교인이 예언자처럼 밖을
향하여 외칠 수 있을 때, 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조화를 이루게 될 것이고 바로 그곳에 진정한 평화가 흐르게 될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