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관 풍경 - photo by 느티나무신부님
전주에서 이곳 배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세 시간?
배티에 처음 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꽃이 존재하는 이유는 열매 때문입니다.
배티 성지에 오면 반드시 가져가야할 열매가 있어요.
오늘 복음에 두 사람이 치유되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하혈하던 여인과 야이로라는 회당장의 딸이 치유되는 게 나와요.
제가 그전에 어느 시골본당에서 사목할 때였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길이 꽁꽁 얼어도
평일미사에 꼭 나오는 할머니가 계셨어요.
그분이 풍을 맞아서 일 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내다가 어떻게 다시 일어났어요.
그러나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쓰지 못했어요.
일어나자마자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평일 미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전 같으면 2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를
한 시간 여를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걸어 다녔어요.
신발이 자꾸 벗겨지니까 고무줄로 동여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평일미사를 다니셨어요.
다들 그 모습을 보며
“할머니, 그러다가 또 쓰러지시면 어쩌시려고~”
하며 염려를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부터 그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성체를 영하신 후 내 제의자락을 끌어다가
당신 뺨에다가 요렇게 갖다 대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당황했지요?
그 후 수녀님께 한 소리 들었나 봐요.
할머니가 그러시면 뒷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그냥 가시라고~
그 앞에서는 끄덕거렸지만 그 다음부터도 여전히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제가 그냥 두라고~
할머니 맘대로 하시라고~
미사 후에도 할머니는 그냥가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병원에 가시는 주간을 빼놓고는
제가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슬쩍 제 수단 자락을 만지고 갔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가 제의 자락을 안 잡는 그 주간은 왠지 서운했어요.
그러던 어느 비가 굉장히 내리던 날,
캄캄한 새벽인데 사제관 문을 누군가 막 두드려서
나가 문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할머니가 비를 홀딱 맞고 울고 서 있는 거예요.
그 집 며느리가 동네에 소문이 날 만큼 참 못됐어요.
시어머니 풍 맞았다고 밥도 안 주고, 몇 번이나 내쫓으려고 했던
며느리라 저는 즉시 짐작을 했지요.
‘아, 며느리가 내쫓았구나!’
“갑시다, 지도 늙으면 병 안 들어? 내 오늘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할머니를 끌고 그 집으로 가려고 하니까
“신부님, 아니여~ 아니여~ 신부님께 보여드릴게 있어요.”
그러면서 제 앞에서 오른손을 펴 보이고,
뻗정다리로 앉았다 일어났다 하시는 거예요.
“신부님, 저 오른손하고 오른발 못 썼잖아요?”
“어, 그런데 손을 펴 보이시네~”
“신부님 제가 일 년 전부터 주책맞은 할미 소리 들으면서
영성체 후 제의 자락 만진 것 아시죠?”
“알다 뿐이에요~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그 동기가 뭐냐~
이 할머니가 성서 책을 읽다가 바로 오늘 읽은 대목을 읽은 거예요.
열 두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인이 재산마저 탕진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여인이 사는 동네에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살리는 예수님이 오신거예요.
십년 넘게 피를 흘렸으니 이 여인에게 무슨 힘이 있었겠어요?
간신히 일어나서 밖으로 기어나가 보니까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있는 한가운데 예수님이 계셨어요.
‘저기까지 내가 갈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등을 밟히면서 비틀비틀 기듯이 다가갔어요.
죽을힘을 다해 예수님의 옷자락을 그 순간 하혈이 멈추었어요.
예수님이 “누군가 내 몸에 손을 댔다!”
제자들이 뭐라고 그래요?
“예수님, 지금 수 백 명이 손을 댔는데요?”
"그러나 목숨을 다하고 온전히 사랑을 담아서 내 몸에 손을 댄 사람은 하나다!"
그때 하혈하던 그 여인이
"제가 손을 대었습니다."
‘장하다,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이 대목을 우리 할머니가 보았다 이겁니다.
그 성서 구절을 보는 순간
‘2천 년 전의 그 여인에게 그런 믿음이 있었다면 나에게도 있어.
내가 그 여자보다 못할게 뭐 있어? 내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직접 잡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신부님 제의를 잡으면 나도 나을 수 있어!‘
그날 이후부터 사람들에게 온갖 핍박을 받으며 영성체 후 제의를 뺨에다 대고
미사가 끝난 후에는 신부님 수단 자락을 아픈 손에 잡고 갔대요.
그런데 어저께 밤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뜨거워지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가락과 발가락에
피가 그냥 쫘~악 뻗는 느낌이 들더래요.
그러더니 손이 구부려지고 발이 막 펴지더래요.
“신부님, 저는 어제 밤새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한숨도 못 잤어요.
어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래서 새벽부터 신부님 찾아와서
감사하다는 말 드리려고 왔어요.“
“세상에~ 할머니, 저에게 감사하실 필요가 없어요. 신부가 입고 있는 제의가
무슨 수퍼맨의 망또가 아니에요. 할머니의 믿음이 할머니를 살리신 거예요.
이천년 전의 그 이야기가 우리 본당 할머니에게도 일어난 거예요.”
저는 이 성서 구절만 읽으면 이십 몇년 전의 그때가 떠올라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그 할머니는 그날 이후 건강한 몸으로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뜯어 장에서 팔아가지고 성당에 헌금을 내셨어요.
가난한 성당 짓고 보수하는데 23년 전에 예산이 1200만원 들었는데
그 할머니가 나물 뜯어 팔아서 절반을 냈어요.
그래도 당신은 참 행복하대요.
배티 성지는 네 가지 영성에 네 가지의 영적인 선물이 나오는 곳이에요.
오늘 여러분들은 이곳에 오셔서 믿음, 구마, 치유, 순교!
이 네 가지 은총을 반드시 챙겨 가시기 바랍니다.
느티나무신부님(2012. 07. 03 연중 제 13주일) 강론 중에서
http://cafe.daum.net/thomas0714 주님의 느티나무 카페에서
배티 - photo by 느타나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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