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속으로
이제민 지음
하느님을 만나기 위하여
어느 사제의 기도
어떤 신부님이 심각하게 말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
도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도가 필요하다." 그리곤 불평
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요즘 사제들은 너무 기도를 안 해."
그는 여태껏 사제생활을 하면서 하루도 기도를 걸러본 적이
없다고 자랑한다. 그런데도 그에게서 푸근한 인간미가 느껴지
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기도가
뭔데요?" "무엇 때문에 기도하는데요?" 그는 '신부가 그것도 몰
라?' 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에게 기도는
무엇일까?
어떤 사제는 성무일도를 거르지 않기 위해 저녁기도를 바치
면서 밤 기도를 당겨서 읽고 아침기도를 하면서 낮기도까지 한
꺼번에 바친다. 그리고 그날 기도를 모두 바쳤다고 안도한다.
성무일도를 읽으면서 의무를 다한 것 말고 그가 한 것은 무엇
일까?
기도는 의무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유대인들은 정해진 시간에 기도를 하였고 이를 남에게 보이
기 위해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했다. 그
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기도하
라. 기도를 듣는 자는 지나가는 행인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이기 때문이다(마태 6,5-6).
기도는 하느님의 말씀을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내 의지를 발
동하여 하느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의지를
죽이고 들려오는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골방에 들어가
는 것은 내 입을 막고 귀를 열기 위해서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