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4 산은 '산'이 아니다
꼽추소녀의 깨달음
어떤 꼽추 아가씨가 있었다.
아홉 살 때부턴가 등이 굽어지게 된 그녀는 주위의 짖궂은 등쌀
에 못 이겨 결국 초등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집 안에 틀어
박혀 '건넌방 어른' 이 되어 부모의 속을 바글바글 썩여 드렸다. 얼
마 전까지만 해도 신체 장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곱지 못했
으며 그들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잦은 천대와 멸시가 있었다.
소녀는 자라면서 세상을 더욱 저주하게 되었고 온전치 못한 자
신의 육체를 바라볼 때마다 부모를 원망하게 되더니 성질도 더 포
악하게 되었다. 부모가 많은 고생을 했으나 약이 없었으며 소녀는
자신을 가리켜 '인간 쓰레기' 라며 학대하고 있었다.
그녀가 열여덟이 되는 해였다.
어느 날 성당의 수녀님이 찾아와서는 아가씨를 데리고 넝마주
이들의 일터로 갔는데 거기에서 꼽추 아가씨는 참으로 놀라운 세
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쓰레기장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결코 버려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아주 소중한 자원이었기 때문이
었다!
빈 병은 빈 병대로, 깡통은 깡통대로, 그리고 휴지나 비닐은 그
것들대로 다 요긴한 돈이 되었다. 그때 아가씨는 버려진 쓰레기가
가난한 이들의 학비가 되고 약값이 되며, 또한 생명의 양식이 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는 쓰레기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
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바로 그 시간부터 꼽추 아가씨는 자기가 더 이상 '인간 쓰레기'
가 아니라 이웃에게 사랑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어린 장애인들을 모아 돌보았는데 죽을
때까지 이웃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어떤 장애인이라도 세상에 불행한 인생은 없다. 다만, 자신을 천
하게 바라보면 불행한 인생이 되지만 귀하게 바라보면 틀림없이
행복한 인생이 된다. 연꽃은 절대로 맑은 샘물에서는 피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이걸 모른다면 세상에 태어나 작은 꽃 하나 피우지 못
할 것이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