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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
이미경
작성일
2012-08-06
조회수
891
추천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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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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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8월 6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Then from the cloud came a voice that said,
“This is my chosen Son; listen to him.”
(Mk.9,7)
제1독서 다니엘 7,9-10.13-14
복음 마르코 9,2-10
며칠 전 로마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후배 신부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이 신부가 제게 치과를 추천해달라고 하더군요. 다시 로마에 가서 공부를 마쳐야 하는데, 로마로 가기 전에 치과 진료를 받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쪽으로는 음식을 씹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치아가 좋지 않으면 얼른 병원을 가야 하는데, 외국에서 병원 가기가 쉽지 않아서 그리고 치과는 왠지 가기가 싫어 미루고 미루다가 이렇게 된 것이지요.
하긴 병원 진료과목 중에서 아마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이 치과일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심하게 아프지 않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리고 시간이 점점 흐르면 이제는 두려워서 자꾸 미루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치료하기는 더욱 더 힘들어지고 그 치료의 부담은 환자인 본인에게 모두 주어질 뿐입니다.
이렇게 미루면 미룰수록 본인만 손해입니다. 이는 세상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해하면서도 계속해서 미뤄왔던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실 미루어서 해결되는 것도 절대 아닌데도 말이지요.
특히 하느님의 일은 절대로 미뤄서는 안 됩니다. 바로 나의 구원과 연결되는 하느님의 일을 ‘나중에 시간이 많으면 해야지.’, ‘지금 해야 할 것들을 모두 마친 뒤에 해야지.’, ‘남들 하는 것 보고서 해야지.’ 등등의 이유를 들어 미룬다면 결국 크게 후회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미루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 우리의 삶 안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복음에 나와 있듯이, 제자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신 일을 기리는 축일이지요. 그런데 이 거룩한 변모를 직접 목격했던 제자들의 반응을 우리가 묵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가장 큰 존경을 받던 모세와 엘리야까지 보게 되다보니 제자들은 그 자리가 너무나 좋고 행복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대표로 여기에 눌러 살자고 이야기하지요.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하긴 바쁜 전교여행으로 얼마나 피곤했겠습니까? 그런 와중에 이렇게 영광스러운 장면을 목격하게 되니 이제 힘든 전교여행은 뒤로 미루고, 이곳에서 그냥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아닌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이 이 땅에 완성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에 지금 당장 최선을 다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이 뜻을 보라고 하늘에서는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지금 힘들고 어렵다고, 또 바쁘고 힘들다고 하느님의 일을 뒤로 미루는 행동은 이제 멈춰야 할 것입니다. 치과 진료를 미루면 미룰수록 내 자신에게 손해인 것처럼, 하느님의 일도 미루면 미룰수록 나의 구원에 큰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배움이란 일생 동안 알고 있었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도리스 레싱).
어제는 부평1동성당에 성소후원회 모집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름값
남미의 원주민인 가와쿠틀 인디언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이상한 모습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것은 이 인디언들이 절실하게 돈을 필요로 할 때 저당 잡히곤 하는데, 그 저당 잡히는 것이 다름 아닌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입니다. 불러도 그만, 안 불러도 그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하긴 저 역시도 ‘조명연’이라는 이름보다는 ‘빠다킹’이라는 애칭으로 불러지고 있지요. 그러나 그렇게 불려도 별로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두 이름 모두 저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가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들은 그렇지가 않답니다. 즉, 자신의 이름을 저당 잡히면 그 빌려 쓴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이름 없는 육신으로 떠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이름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는 모습이지요. 요즘 자신의 이름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이 인디언들은 자신의 이름값을 하는데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요.
소중한 자신의 이름. 우리는 자신의 이름값을 얼마나 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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