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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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누굴 위해 바치는 꽃인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2 조회수426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어머니 역시 천국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막내아들 신부가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천국은 바로 여기 우리가 사는 곳이 천국이 되어야 한다.
어머니를 지켜 주시는 하느님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고 하면서 사실은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나 기쁨을 원하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누굴 위해 바치는 꽃인가

젊음은 지나가고 사랑은 시들며 우정의 잎사귀들도 낙엽이 되지만, 어머니가 홀로 간직한 사랑은 그 모든 것들보다 더 오래 영원히 지속된다는 격언이 있다. 나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보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 어머니의 사랑을 더 크고 강하 게 느낀다. 내 기억의 노트 속에 새겨져 있는 어머니의 모습들을 하나씩 꺼 내어 어머니한테 들은 말들, 혹은 내 눈에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는 장면들을 되살리면 되살릴수록 어머니는 내게 큰 바위 얼굴처럼 커 다란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이 글을 쓰면서도 어머니의 말씀이 바로 어제 들은 것처럼 크고 선명하게 들려온다. 우리 집은 예부터 가톨릭 집안이었고 어머니의 깊은 기도와 신앙심으로 막내아들이 사제가 되면서 하느님의 더 큰 은총을 받았기에 특별한 날에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가톨릭 신앙의 형식에 따라 모임을 진행하게 된다. 한번은 추석 명절 때 가족들과 가정미사를 봉헌한 적이 있다. 제 대로 사용할 상 위에 십자가와 미사도구를 올려놓고 미사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날은 명절이어서 조카가 특별히 예쁜 꽃을 한 다 발 사 와서 화병에 꽂아 성모상 앞에 갖다 놓았다. 이처럼 가족들과 함께 가정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모처럼 가족들은 마음이 들떠서 여러 모로 준비를 하 느라 바빴다. 나는 미사를 준비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새삼 하느님 에게 감사하며 흐뭇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방에 들어오신 어머니가 성모상 앞에 놓인 화병을 보시고는 화병 뒤쪽이 앞을 보도록 돌려 놓으셨다. 화병은 앞두기 같은 것이 아니라 앞쪽에 더 멋진 꽃무늬가 그려져 있고, 뒷면은 단순하게 처 리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전면은 꽃을 가지런히 꽂 아 놓고 뒷면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꽂아 놓았다. 조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하머니, 왜 꽃병을 돌려 놓으세요. 화병 뒤쪽은 보기 흉한데." 그러자 어머니는 고개를 저으셨다. "이 꽃은 성모님 앞에 바치는 것 아니냐? 그렇다면 성모님께 보시 기 좋은 앞면을 보여 드려야지, 너희들이 좋은 쪽을 보고 성모님은 꽃 뒤통수를 보시게 하면 되겠니?" 나는 어머니의 말씀에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어머니의 말씀이 옳았다. 화병은 성모님께 바치면서 앞면 은 우리가 보고 성모님은 화병의 뒤통수를 보게 하는 것은 성모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성모님을 위해 바친 꽃이라고 하면서 사실은 우리 눈의 즐거움만을 찾았던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그처럼 사소한 부분까지 당연하고 옳은 방식으로 신앙 생활을 실천해 오셨다.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고 하면 서 사실은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나 기쁨을 원하고 요구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말씀을 늘 귀로 들 으면서도 우리는 행동으로 따르지 않고, 사실은 나만의 이기적인 욕 심 속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성당에 나와서 무릎을 꿇고 자신의 경 건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 는 것이라는 것, 내가 보기 좋게 꽃을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이 보기 좋게 나를 올려놓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어머니를 통해서 깨닫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의 신앙심을 하나씩 깨닫게 해 주신 마 음의 등불이셨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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