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체조배 3. 마음 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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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은정 | 작성일2012-10-04 | 조회수42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3. 마음 밭
감실 앞에 앉아 있어도 쉽게 감실 안에 예수님께서 계시다는 느낌이 들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보통 몇 개월, 몇 년이 걸립니다. 제가 이렇게 몇 줄에 쓰지만 사실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사실 어떤 느낌이 들 때까진 의지적으로 앉아 있어야 하는데 사람마다 달라서 어느 때까지라고 시간을 말할 수가 없어요. 마음과 몸을 감실로 향하게 하고서 천천히 단순하고 짧은 기도를 합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생각이 지날 때마다 위의 기도를 천천히 마음을 모아서 합니다.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도를 반복해도 좋고요, 조용히 예수님을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성체조배를 시작한지 일년 정도 지난 후에 우연히 어떤 책자에서 동방수도승들이 했었던 짤막한 한 구절을알게 되어서 지금 이 기도를 하게 된 거지요.
‘살아계신 하느님의 외아들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기도가 실제로 기도 속으로 저를 이끌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그 동안 앉아있었지만 이 기도를 하고부터는 어떤 순간에 푹 잠겼다가 깨어나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단순하게 성서를 읽어보고는 눈을 감고 동방수도승의 기도문처럼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하고만 있었거든요.
다른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구절에 마음을 모아서 외우듯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지요. 실제로 분심이 사라지더라고요. 그 동안 분심 속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나중엔 분심이 들 때 마다 조용히 예수님을 부르면 분심이 물러가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기도 중에 의지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뭔가가 있으면 분심이 물러간다는 것도 깨달았어요. 제가 의지적으로예수님께 집중하고나니 제 안에서 어떤 움직임들이 일어났어요. 소리가 훨씬 더 예민하게 신경을 자극하기도 하고요, 호흡이 정리가 안되어서 가쁘게 숨을 고르기도 했고요, 모든 감각이 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다가 어떤 순간엔 이마가 뜨거워지기도 했고요, 손에 미세한 열이 나기도 하고요. 또 어느 순간엔 몸에 미세한 흔들림도 있었고요. 온몸이 불처럼 뜨겁기도 했어요. 기도가 끝나면 신기하게도 없어지고요. 그리고 기도가 몸에 익숙해가는 과정에서 특별한 신체적인 증세도 있어요. 물론 손에서 열이 난다든지, 온몸이 불덩어리가 된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가 대동소이하게 겪어집니다.
그런데 어떤 부위가 정말 아프게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몸에 일어나는 아픈 증세들이 원래 본인의 아픈데든지, 그 부분의 기능이 특별히 약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도를 통해서 몸도 마음처럼 깨어나는 게 아닐까요?
그래서 그 아픈 부분이 고쳐지는 것처럼 보여요. 그런 아픔들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곧 사라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몸도 정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우리의 마음의 정화보다도 몸의 정화가 먼저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거든요. 몸도 어떤 과정을 겪는 것처럼 보여요. 이 부분도 정신이 활동을 멈추어야만이 깨어나는가 봅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부분들이 기도가 시작되면저의 의지가 마음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되는 과정인가 봅니다. 이 감각적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곧 저는 마음이 차분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다 보면 점점 어딘가로 가고 있는것처럼 느껴지지요. 그것이 성령께서 움직이시는 어떤 상태로 가는것이겠지요. 아마도 처음의 많은 생각들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 그과정 속에서 차츰 분심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푹 잠겼다가 나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것은 자는 것과는 달라요. 이것이 제게는 머무름이라고 생각이 되었어요. 주님 앞에 머무름이 곧 깊은 쉼이라고 제 몸에, 머리에 알아지더라고요. 그것은 깊은 평화가운데 머무는 어떤 곳이었어요.
저는 이곳이 성령께서 안내하시는 제 마음 밭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기도 할 수 있는 내 마음 밭이 생긴것입니다. 내 마음 밭이 바로 예수님께 내어드리는 내 마음자락의 어떤 상태, 어떤 곳입니다. 초보자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제게는 굉장한 환희와 어떤 충만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이 마음 밭이 무엇일까요? 저는 처음엔 이 마음 밭에 머물러서 행복하고 기뻤어요. 천상의 평화가 그럴 거라고 믿었지요. 그렇게 머무르는 동안에, 세상에 대해서 제 마음은 도피자였지요. 자꾸만 기도 속으로만 들어가야 하는 그런 마음이었어요. 어딘가를 모르지만 가고 있었고 뭔가가 확실히 진행되는 기분이 이시기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는 재미가 생겼지요. 실제로 이 마음 밭을 만드는 데는 저는 거의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 되었어요. 맨 처음엔 이 마음 밭을 인식하지 못했어도 기쁘게 앉아 있었어요. 저는 그 동안 그냥 마음 하나로만 앉아있었거든요. 대부분은 제 주변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데에 더 많이 집중했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많은 체험들을 가지게 되었어요. 제가 이시기에는 성서나 다른 것을 묵상해보질 못했는데도 제가 하는 기도들이 눈에 보이게 이루어졌어요.성당에서 성체 조배를 한다고 주변의 사람들이 기도를 많이 요청했었거든요. 그래서 이웃들의 지향이 제 기도의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가만이 보니깐 제가 동방수도승들의 기도를 외우듯이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제가 저의 생각과는상관없이어떤 기도들을 하게 되는 마음상태가 되는데, 그때에는 제가 생각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들을 하게 되고, 제 이웃의 알지 못한 어떤 일들에 대해서도 기도하게 되어요. 그리고 나중에 꼭 기도내용과똑 같은 일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이 순간이 성령께서 제 안에서 기도하시는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도 오랫동안 성서를 가지고 묵상할 수가 없었어요. 어떻게 묵상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꽤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제 마음 밭의 상태를 묵상했지요. 머물러 있는 동안에 저는 무엇을 했을까요?
제가 머물러 있던 제 마음 밭이 사실은 삽도 튕겨낼 정도로 메마르고 황량한 자갈밭투성이였지요. 저는 머물러서 제 위로에만 젖어있었지 제 마음 밭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무엇으로 이 마음 밭을 일구어야 하는지, 무엇을 일구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 체로 몇 년을 보냈어요. 그저푹 잠겨서 머물러 있기만 했어요.
그것이 제게는 기도였어요. 제가 머물러 있는 동안에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하신 것일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 시간 동안에 아이로써 충실히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푹 잠겨있는 동안에 천천히 제 마음의 밭이 일궈지도록 큰 돌들은 골라내시고, 제 마음 밭이 씨앗을 품을 수 있도록 물을 주시고, 잡초는 뽑아주시고, 제가 자랄 수 있게 준비를 해주셨다고 말이지요. 이렇게 준비를 해 주셔서 제가 성서를 가지고 묵상했을 때서야 비로소 성서가 제 마음 밭을 일구는 씨앗들이며 연장이라고 깨달았어요.
이렇게 어느 정도 기도를 통해서 제가 하느님과의 어떤 교감에 젖어 들어야만이 뭔가 싹을 틔워낼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성서를 묵상할 수 없었던 무언가 때문에. 그런 후에야, 성서 말씀이 제 안에서덥수룩하게 자란 필요 없는 가지들을 치는 연장이 됨을 알았고요, 성서 말씀이 제 안에서 새롭게 싹을 틔우고, 그 싹들이 제 안아서 주님의 나라를 만든다는 것도 알았지요.
또 기도 중에 받게 되는 악의 방해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칼이 되기도 했지요. 더 나아가서는 성서가 바로 ‘말씀이 우리가운데 계시는 예수님’의 현존이기도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은총으로 이 마음 밭이 그냥 주어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특별한 은사를 받은 사람들도, 공동체에서 꼭 필요한 일을 시키시기 위해서도 주시고요, 그렇지만 은총으로 받은 마음 밭은 쉬이 맛보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보면, 은총으로 주어지는 마음 밭을 오래가게 하기 위해선 역시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거든요.제가 위에서 설명한 마음 밭은 오랜 시간으로 받아지는 것이고요, 이것도 또한 주님께서 주시는 은총으로가능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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