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3. 암이 사라진다, 기적을 불러 깨우는 힘
인간이 갖는 무조건의 영역
'커뮤니온(Communion)'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랑으
로 하나되는 영혼' 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실은 이 말이 기적적 치
유력의 수수께끼를 푸는 키워드입니다.
커뮤니온의 세계에서는 표면적인 '보이는 세계' 를 'Doing' 이라
고 하고, 심층부 존재하여 평소에는 '보이지 않 세계' 를 'Being'
이라고 합니다. 보이는 Doing의 세계에서는 사람을 우열이나 상하
로 구별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Being의 세계에서는 모두 평등
합니다. 그래서 Being의 세계에 들어가면 충족감, 안도감, 친밀감,
자긍심,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모든 것이 가득찬 느낌, 지복
의 감각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Being의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적고,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서 '공부 열심히 하면 멋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면 장래가 보장된다' 와 같은 Doing의 세계에만 매달려 있
습니다. 이 Doing의 세계는 조건의 세계입니다.
사람이 '조건의 영역' 만을 추구하면 욕망만 나타나게 됩니다.
Doing의 세계는 눈에 보이는 세계이고 계측할 수 있으므로 비교
하거나 서열이나 우열을 매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게, 유능하게 다른 사람과 차이를 두려 하므로 분열로 나아
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Doing의 세계에서만 맴도는 사람이라도 때로는
Being의 세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녀가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을 때,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해' 라
든지 '부모에게 효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고 말하는 부모는
없을 테지요. 살아 있기만 해 달라고 빌 것입니다. 거기에는 생명
이라는 절대적 힘이 만들어 내는 근원적 사랑밖에 없습니다. '무조
건의 영역' 입니다.
이 무조건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죽음과 직면할 때입
니다. 자기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직면했을 때, 지금까
지 강하게 집착해 온 Doing의 세계는 의미를 잃고, 누군가에게서
생명을 받아 살고 있는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우주
나 자연, 사람들과의 조화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인간적인 성장' 을 이루게 됩니다. '나는 열
심히 하고 있으므로, 착하게 살고 있으므로, 나는 가치가 있으므로
이렇게 훌륭하게 내 힘으로 살고 있다' 와 같은 의식이 사라지고
'나는 우주나 자연, 다른 사람에 의해 생명을 받고 유지하는 힘을
얻어 더불어 살고 있는 존재' 라는 의식에 눈 뜨게 됩니다.
그때까지는 각각 따로 살고 있는 듯한 인간들이 사실은 근원적
인 부분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자각합니다. 또 대우주와의 일
체감을 체험합니다. 이것이 커뮤니온, 곧 '사랑으로 하나되는 영
혼' 입니다.
커뮤니온을 체험하면 인간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깊은
기쁨의 세계라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얼마만
큼 살아갈 수 있는가, 어떤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가, 자신의 존재
가치는 얼마나 되는가와 같은 조건을 넘어서 큰 즐거움과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됩니다.
말기 암에서 살아난 프란치스코 씨와 야고보 씨에게 물어보았습
니다.
"고통스러운 병을 통해 인생에서 바뀐 것이 있나요?"
두 사람은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아픈 사람이나 병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그리
고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병을 통해 커뮤니온의 세계를 체험한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라도 좋은 때와 나쁜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때
라도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씨와 야고보 씨가 병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었습니다. 그 기도는 두 사람
의 영혼 깊은 곳에 에너지가 되어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
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확신했고 대우주의 지지를 실감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올리는 기도와 격려를 받고, 그들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 우주에 가득찬 에너지가 몸으
로 스며들어갑니다.
그리고 몸 속에 들어간 에너지는 마음의 깊은 부분, 즉 영혼을
흔드는 것입니다. 이 '영혼과의 만남' 이 기적적 회복의 비밀입니
다. 기적이 일어나는 단 하나의 조건은, 우주에 가득찬 에너지가
영혼에 스며들어 영혼이 그 에너지를 받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죽음과 직면한 자리에서도 커뮤니온을 알아차리
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조건의 영역' 에만 가치를 느끼고 사
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죽음에 직면했을 때,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 준 '조건의
영역' 이 일거에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러면 너무나 큰
절망감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려 어떤 말씀도 마음을 울리지 못합
니다.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좋아' 라는 생각으
로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사랑으로 하나되
는 영혼' 이라는 말도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미사여구로 느껴져 인
생에 어떤 의미도, 가치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중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전혀 가치가 없
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거부하는 몸짓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미
워하는 사람을 원망합니다. 이로써 점차 자기혐오에 빠지는 악순
환이 반복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무조건의 영역' 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치유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무조건의 영역에 눈을 뜨고 지금 고귀한 생명으로 살아 있
는 데 대한 황홀함을 받아들이면, 치유의 은총을 받게 됩니다. 이
를 위한 큰 지혜가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모든 고통에는 반드시 의미가 있다' 는 것입니다. '고통의
의미' 란 성장의 기회입니다. 쓸데없는 고통, 비극만 가져다 주는
고통은 없다고 믿는 사람은 고통 가운데서도 놀랄 만한 에너지를
발휘합니다.
둘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이미 내 안에 있고 그것은 무
의식의 저변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나는 결코 고독하지 않다. 나를 지지하고 치유해 주는 대
우주는 언제나 내 편이다' 라고 믿는 것입니다.
'나는 고독하지 않다' 는 것은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에게는 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병에 걸렸을 때 병의 고통보다 더욱 쓰라린 것
은 모두한테서 격리되고 소외되는 것입니다. 평소 같이 지내던 사
람들과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고, 투병이 길어지면 모두로부터 소
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맛보면서 끝없는 고독에 시달립니다. 이
고독만큼 병자를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은 없습니다. 야고보 씨나
프란치스코 씨도 투병 중 고독에 시달리지 않은 것이 치유에 얼마
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모든 조건과 지혜를 갖추었다고 해서 누구나 병이 낫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암의 자연
소멸과 같이 극적 회복을 경험한 사람을 보면 이와 같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고통을 통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힘을
성장시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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