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5. 죽음의 순간,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하자
죽음에서 눈을 돌리지 마세요
죽음이 임박한 사람, 특히 암환자를 돌보는 데 중요한 테마는 암
이라는 것을 본인에게 알려주어야 하는지 어떤지에 대한 문제, 즉
'죽음의 선고' 에 대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많은 논의가 있습니다. 2,30년 전까
지는 회복 가망이 없는 암은 본인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현재
도 알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이 많습니다만, 그래도 알려주
기를 바라는 사람이 증가하고 실제 알려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
습니다.
미국에서는 암 진단을 받을 때 대부분 알려줍니다. 이것은 개인
의 '알 권리' 를 중시하는 자세이며,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을 정신
적으로 돌봐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카운슬러나 종교인을 비롯하여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음을 돌봐주
는 이가 의료기관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생명은 앞으로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정신적 혼란을 느낍니다. 이 혼란이 지나치게 커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한다든지, 자살에 이른다
든지, 정신적 공황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린 후에 환자를 정신적으로 돌봐주는 것
입니다. 선진적인 호스피스에서는 의사, 간호사, 카운슬러, 성직자,
자원봉사자가 한 팀을 이루어 말기환자를 의학적 - 정신적으로 돌
봐주고 있습니다. 또 구미 사람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의지처로
삼기도 합니다. '암을 알리는 것' 은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마음 상
태를 고려하고 그 다음에 알리는 것이 앞으로 남은 삶에 플러스로
작용할지 어떨지 등 충분히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입니다.
가족의 한 사람이 암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다른 가족에게도 큰 불안을 가져옵니다. 밉든 곱든 소중한 가
족입니다. 암인 줄 알고 본인이 얼마나 슬퍼하고 절망할까를 상상
하면 쉽사리 본인에게 밝힐 수 없습니다. 환자는 가족에게서 암이
라는 사실을 전해들을 때. "그런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 "그런 얘
기라면 집어치워" 하고 소리치고 싶겠지요. 병이 나아 집으로 돌아
가 다시 즐겁게 생활하고 싶을 테니까요. 그러나 그 희망은 좀처럼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아 가슴 아픕니다.
결과적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본인은 물론, 돌봐주어야만 하
는 사람도 이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하려고 합니다. '암에 걸렸다는
사실' 을 부정하고 '암이 아니라' 고 믿으려 하거나 암에 걸린 것을
덮어두려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아무튼 암을 알리는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단정지을 수 없습
니다. 그러나 진실에서 눈을 돌려 감춘다면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
킵니다. 그래서 사회적 차원에서 잘 짜여진 케어 시스템이 없더라
도 가족을 비롯하여 주위 사람이 죽음에 임하는 사람을 돌보는 기
술을 어느 정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알리기를 주저하거나 암이라
는 사실에서 눈을 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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