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고물고물
잘 놀아야 대접 받아
최후의 심판 날,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물으셨습니다.
"네 인생에서 어떤 보람을 찾았는가?"
"저는 자식 키우는 보람으로 살았습니다."
"그래 너는 천당 보육원을 담당하도록 해라."
"저는 돈 버는 보람."
"너는 천당 재무 담당."
"저는 몸짱 되는 보람."
"너는 천당 문 열고 닫는 문지기."
"저는 이름만 김보람이지, 보람 없는 인생이었습니다."
"잘못 왔구나. 너는 노숙자센터로 가라."
"저는 평생 경로당 화투로 노인들 즐겁게 해주는 보람으로 살았
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반색을 하셨습니다.
"너는 내 비서실장이 되어라."
"평생 화투판만 전전한 사람을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에 앉히시
다니요."
"네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나. 화투판은 자기 수련의 장이
다. 돈 잃고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화투 치는 그 짧은
시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맛볼 수 있다. 그렇게 여러 가지 감
정을 느끼면서 집착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것이니라. 또 화투는 노
인병 예방에 아주 좋다. 화투 치는 할머니들 얼굴을 본 적 있느
냐? 무표정하게 경직돼 있던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그게 바로 화
투의 심리치료 현장이다. 열두 달의 오묘한 조합으로 수리적 묘기
를 부리는 화투를 우습게보면 안 된다. 흠흠."
저도 가끔 어머니와 화투를 쳐드리는데 평소와 다르게 어린아
이 같은 감정을 표현하는 어머니를 보고 놀라고는 합니다. 화투놀
이는 가장 싼값에 노인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화투는 고물고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좋은 도구입니다. 엄마
가 일하는데 어린아이가 보채지 않고 혼자 잘 놀면 고물고물 잘
논다고 하지요. 그런 아이들은 순하다는 소리를 듣고 엄마도 아이
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나이 든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혼자서도 무언가 고물고물 잘 놀
아야 합니다. 식구들이 늦게 들어오든 말든, 자식이 찾아오든 말
든 자신의 시간을 즐기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제 아내와 아이들만 데리고 놀러나가도 "내 걱정 말고
잘들 다녀와" 하고는 혼자 잘 놀 수 있어야 합니다. 식구들 걱정하
게 만들지 않고, 식구들 붙들고 징징대지 않는 이런 노인들을 두
고 곱게 늙었다고 하지요.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곱게 늙은 노인보다 짜증을 내는 노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나 하나 죽으면 되지", "내가 빨리 죽
어야지" 하며 매일 우는 소리를 하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노인들 가운데 많지요. 툭 하면 밥을 먹지 않고, 병원
비가 많이 들어 걱정이라면 눈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합니다. 실제
로 이런 이들은 빨리 죽지 않지요.
나이를 먹을수록 고물고물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고물고물 노
는 것도 젊은 시절부터 익혀야지 나이 들어 갑자기 시작하려면 잘
안 됩니다. 그러니 젊었을 때부터 인생을 바쁘고 재미있게 살기
바랍니다. 지루하고 재미없게 살면 인생만 꼬이니까요.
"나이 들어서 혼자 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식들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친구들과 노는 법,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노년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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