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 돈 아, 돈 아
천당에 들어올 수 있는지를 심사하는 자리에 학처럼 고고한 자
태를 뽐내는 한 남자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질문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래, 너는 죽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고?"
"저는 세속을 멀리하며 오로지 신앙생활에만 전력하며 살았습
니다."
"직업은 뭐였느냐?"
"신앙생활만 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평생 돈을 멀
리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직업이 없었느냐?"
"예. 돈을 벌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도 하느님과 재물을 함
께 섬길 수는 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도 하셨고요."
"쯧쯧 말귀도 못 알아듣는 놈. 그럼 뭐 먹고 살았느냐?'
"밥 먹고 살았지요."
"그 밥은 어디서 났느냐?"
"돌아가실 때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는데, 두 분이 계속 일
을 하셨습니다."
"모시고 산 게 아니라 얹혀살았구먼. 그래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셨는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을 하시고, 아버지는 아파트 경비 일을
하셨습니다. 나중에는 파지를 모아 파셨고요."
"난 또 네 부모가 갑부나 되는 줄 알았다. 에라, 이놈아 넌 지옥
행이다."
그래서 학처럼 고고한 자태를 뽐내던 남자는 지옥으로 가게 되
었는데, 가지 않겠다고 어찌나 난리를 치는지 까마귀 떼가 울부
짖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그 남자는 지옥에서 울며불며 천당
에 보내달라고 떼를 쓰는 통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는 이야
기입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는 하느님의 말씀은 신자
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더구나 고지식한 이들은 이 말
씀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하느님을 저
버리는 행위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성직자 가운데는 부자가 되려
는 꿈을 갖는 것은 탐욕이며, 하느님을 버리는 행위라고 신도들
에게 말하기도 합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그런 의미로 한 말씀일
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기 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탐욕은 돈과 연
관되어 생각되어왔습니다. 그래서 장사하는 이들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돈은 세속적인 것이며, 심지어 더러운
것이라는 편견까지 생겨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줄 때 흰 봉투에 넣
어서 준다든지 아예 돈을 만지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돈을 멀리하면 영성이 깊은 사람이
고, 돈을 가까이 하면 마음이 세속에 찌든 사람이라는 이분법적
인 판단도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돈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더욱 필요한 것입니다. 돈을 벌지 않고 살려면 다른 사람에게 의
존하거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돈에 관심이 없고, 세속에 물들지 않은 채 고고하게 살아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스스로 돈을 벌어 초라한 삶을 살지 않고, 때로는 주
위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사는 게 훨씬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왜 돈, 재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듯
한 말씀을 하셨을까요? 하느님의 말씀은 돈을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목적을 잘 생각하라는 뜻입니다.
자신이 번 돈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물욕은
성욕과 마찬가지로 밑바닥 없는 항아리와 같아서 아무리 벌어도
허전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은 중고 자동차라도
한 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막상 중고 자동차
가 생기면 새 자동차가 사고 싶어지고, 새 자동차가 생기면 더
좋은 차가 갖고 싶어집니다. 욕망은 끝이 없지요.
그런데 돈을 더 벌고 싶은 욕망 뒤에는 창조를 향한 욕구가 숨
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그냥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은 절박
한 욕구,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구입니다. 문제는 이 욕구를
채울 대상을 바르게 선택했는가입니다. 잘못된 대상을 선택하면
대개는 실패합니다. 잘못된 욕망은 우리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자기 능력의 한계를 모르게 하며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조절하지 못하고 맹목적으로 돈만 좆다보면 영혼을 병
들게 하기에 하느님께서는 재물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
입니다. 무조건 돈을 멀리하고, 돈을 벌지도 말고, 더 나은 인생
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돈이 우리 주
인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의 주인 노릇을 할 수 있다
면 돈은 많이 벌어도 됩니다. 돈 많이 벌어서 좋은 곳에 쓰는 훌
륭한 부자 되시기 바랍니다.
"없으면 불편하고 불행해지기까지 하는 돈.
잘 벌어 잘 쓴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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