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오늘 이 일을 하려고 신부神父가 되셨나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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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규철 | 작성일2013-01-04 | 조회수943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
정혜신mindjj 박사의 집단 상담 (트위터 작성글_광주에서)
mindjj약 1일 전 고통과 슬픔, 신음과 함께 빼놓지 않고 기록할 것은, 그 고통들이 치유되는 과정에 대한 기록. 트윗에도 올릴께요..^^ mindjj약 3시간 전 1) 광주518피해자 집단상담9주차. 내가 경험한 상담 중 초기 거부감이 가장 심했던 분들. 누구도 믿을수 없다, 며 내게도 공격적이었던 분들. 지금은 사슴처럼 순하게 자기를 드러내고 아기곰처럼 따스하게 곁을 파고든다. 치유된 사람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mindjj약 3시간 전 2) 작은 목소리에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고개도 눈도 숙이고 다니던 분. 상담 시작 전 ‘그동안 제 얼굴 잘 못보셨지요. 정말 고맙습니다..’하며 처음으로 모자벗고 고개들고 인사를 했다. 모두들 감동과 눈물로 범벅.. 죽어야 잊혀질 장면일 것 같다.. mindjj약 3시간 전 3) 도청 마지막 날. 군인들이 기관총을 갈기며 들어오는데 양 옆에 있던 두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순간 소파 밑에 숨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난 비겁했다. ‘그때 몇 살이었어요?’ 21살이요. ‘만약에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간다면 그땐 미처 못했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본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요(주르륵..). 21살 자기에게 비겁했다고 다그친 것이 가혹했다..는걸 그가 선선히 받아들였다 mindjj약 3시간 전 4) '군인들이 총을 쏘며 달려드는데 누군가의 뒤에 숨었다. 군인을 향해 총을 쏴야 하는데 못쐈다, 사람으로 보였다. 그래서 동지를 지키지 못했다..'죄의식에 싸인 그에게 한 분이 말한다 '사람 하나 살렸네.그 군인말여..’ 이 분은 그 순간 치유자. mindjj약 3시간 전 5) 상담을 마치고 의식을 가졌다. 그간 잊혀지지 못하고 이들의 기억 속을 배회하던 죽은 이들에 대한 위령의식. 의식의 마지막엔 망자의 이름,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종이에 적어 태웠다. 연기로 하늘에 닿기를 기도하며.. mindjj약 3시간 전 6) 위령 의식을 진행했던 젊은 사제는 의식을 다 마친 후 옆방에서 혼자 엉엉 울고 있었다. 그를 꼭 안아줬다. 신부神父님!, 신부님은 오늘 이 일을 하려고 신부神父가 되셨나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 말했다. 내 진심이었다..
위령의식 중에 한 분이 망자를 적는 종이에 딱 한 줄 '아기'라고 썼다. 생후 사흘만에 죽은 자신의 딸이다. ‘얼굴도 기억 안나는 내 아가야. 아빠가 하늘나라 가면 아빠한테 아는 척 해줘라. 부탁이다..’ 그 부녀를 위해 힘껏 기도했다..모두. mindjj약 3시간 전 그분들에게는 30년전前의 일이 아니라 오늘도 계속되는 생생한 현실입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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