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때를 변경시키며(요한 2, 1-11)
하느님의 때를 변경하면서 까지 인간의 혼인을 축복해주시고 사랑해주시며
모든 가정을 소중히 여기시는 하느님께서는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몇 해 전에 서울에서 혼인 주례를 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날 새벽에 생시인 듯 꿈인 듯 제 차가 앞차를 들이받고,
또 뒤에서 다른 차가 저의 차를 들이받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저는 곧 바로 그날 혼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봉헌하였습니다.
운전을 하면서도 혼인식에 무사히 다녀오고,
또 그 부부가 평생을 행복하게 살도록 묵주기도를 드리며 갔습니다.
터널을 지나자마자 차 한 대가 서있었습니다. 차선을 바꿀 순간도 없었고,
즉시 비상등을 켜고 브레이크를 나누어서 밟았습니다.
겨우 그 앞에 멈출 수 있었고, 뒤에는 또 큰 트럭이
끼익 소리를 내면서 내 뒤에 멈추었습니다.
이내 뒤에서 자동차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때서야 새벽에 영상을 보여주신 것이 떠오르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만일 내가 사고가 나서 혼인식에 늦거나 갈 수 없었다면
그 부부들이 얼마나 낭패였을까?
“하느님께서는 혼인하는 부부를 이토록 사랑해주셔서
사고까지 예방해주시고 무사히 혼인식을 치르도록 도와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부부들, 모든 가정들을 사랑하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때를 바꾸시면서 까지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첫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그러나 많은 가정들이 해체되고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1년에 30만 가까이 혼인을 하고 13만 가까이 이혼을 합니다.
하느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는 가정들이 이런 아픔을 겪고 있을 때
하느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
혼인성사의 집전자는 혼인하는 부부 당사자들입니다.
다른 성사들은 사제가 집전을 하지만 혼인성사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부부가 아침에 눈을 뜨고 서로에게 보여주는
모든 사랑의 행위들은 성사를 완성하는 행위입니다.
배우자나 자녀에 대한 말 한마디에 사랑을 담고, 쌀을 씻거나 설거지를 하며
가정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청소나 빨래를 하며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주부에게는 부엌이 그 혼인성사의 제대가 되는 것입니다.
그 하루하루를 가정을 위해서 사랑과 기도의 마음으로 보낸다면
그 가정은 거룩한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이나 공부하는 자녀들 역시
가정을 위한 자신의 제대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친구보다 가족이 더 소중하고, 놀이나 쾌락보다 가정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고,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고대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때를 변경시키며 첫 기적을 혼인잔치에서 일으키신 하느님,
세상의 모든 가정들이 자신의 가족을 소중히 사랑하고 아끼며
성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도록 자비를 베풀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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