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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천사들도 하느님 앞에서는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3-03-08 조회수455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3년 다해 사순 제3주간 토요일


< 바리사이가 아니라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복음: 루카 18,9-14






천사들의 경배를 받는 성모자


 몰랭의 화가 작, (1490), 브뤼셀, 벨기에 왕립미술관


     < 천사들도 하느님 앞에서는 >

           제가 보좌 2년차 되던 해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본당 주임신부로 나가기 위해서 마음속으로 많은 계획을 짜고 있었고 하면 잘 할 것 같은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백화점에 갔다가 나와서 성당으로 차를 몰고 돌아오는데 한 냉동탑차가 제 옆에서 달리면서 잠깐 차를 세워보라는 것입니다. 저는 차를 세웠습니다. 직원들이 입는 단정한 옷을 입고 말하기를, 자신들도 저 백화점에 납품하고 나오는데 상품이 몇 개가 남는데 싼 값에 사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들어가서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는 제주도 옥돔박스를 보았습니다. 마침 명절도 다가오는 때라 저는 거기 남은 모든 것을 다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떠나고 박스 하나를 풀어보았더니 한 박스에 두세 마리만 위에 보이게 포장되어 있고 밑에는 모두 얼음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완전 속았던 것입니다.

저는 속은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시 사제가 되어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이고 너무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던 때라 매우 교만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신학이나 성경에는 전문가일 수 있지만 세상 어떤 것에서도 문외한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한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으려는 허황한 마음도 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내가 받을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기를 당하는 것은 내가 그런 것을 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제 값을 주고 선물을 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사기를 당하겠습니까? 다 자신의 탓인 것입니다.

똑똑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이 보통 사기를 더 많이 당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근무하던 곳에서는 자신이 프로이고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그 교만한 생각 때문에 조금만 그럴싸하게 포장된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 조언을 청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는 성전 맨 앞자리에 앉아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의인이라고 자신하며 기도합니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느님의 자비만을 청합니다.

어머니는 한 자녀가 자기는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 했다고 고개 뻣뻣이 자랑하고 있고, 한 자녀는 성적을 잘 못 맞았다고 잘못했다고 미안해한다면 누가 더 예뻐 보일까요? 머리가 좋고 성적을 잘 맞았다면 그런 좋은 머리를 주시고 공부를 시켜주신 부모님의 덕이 더 큰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머니는 지금은 못했어도 다음엔 잘 해 보겠다고 자비를 청하는 자녀가 더 안타깝고 예뻐 보일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님 앞에서 혼자 잘나서 잘 살고 있다고 당당해 하는 것보다 꼴불견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느님 앞에서는 어떻겠습니까?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주셨는데 우리가 어떻게 머리를 당당하게 들고 의인행세를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 앞에서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은 교만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당신 없이는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무언가를 했다면 그것은 주님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입니다.

 

의인은 자기가 잘났다고 떠드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 없이는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무슨 큰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겸손한 마음을 지닌 자신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독일 철혈정책으로 유명한 비스마르크 재상이 있었습니다. 문제의 해결은 연설과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결되지 않고, 다만 철과 피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독재자였습니다. 어떤 누구도 그의 의견에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싸움의 기술도 뛰어난 인물이라 사적인 자리에서도 자기와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결투를 신청하고는 하였습니다.

한 번은 비스마르크의 말에 한 교수가 반대의견을 내었습니다. 역시 비스마르크는 그 교수에게 결투를 신청했습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결투신청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은 싸움을 할 줄 모른다는 교수에게 비스마르크는 그러면 무기는 아무 것이나 교수보고 결정하라고 하였습니다.

, 무기를 결정하시오.”

결투신청을 받은 학자가 고민 끝에 갖고 온 무기, 그것은 바로 소시지 두개였습니다. 비스마르크는 화를 벌컥 내자 학자는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나는 칼도 창도 사용을 해 본 적이 없소. 그래서 내가 가장 잘 아는 이 소시지로 무기를 만들었소. 한 개의 소시지에는 독이 들어 있고, 한 개의 소시지는 독이 들어 있지 않소. 선택은 당신이 먼저 하시오. 무엇이든 남는 것을 내가 먹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비스마르크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독이 든 소시지를 선택해서 그걸 먹는 순간을 상상하자 얼굴에 핏기가 가셨습니다. 조금 전의 자신만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비스마르크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좋소. 내가졌소.”

 

그 이후로 비스마르크는 결투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만만해하다가 피 보는 때가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내가 지금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하느님 앞에 서게 될 때 완전히 잘못된 것들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그 때는 너무 늦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아무리 똑똑하고 과학이 발전했다고 해도 우주가,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잘하고 잘못했음이 아니라,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학생이 선생님을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나는 학생이고 당신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그만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당신은 하느님이고 나는 당신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만 하면 그만입니다. 아무 죄도 지어본 적 없는 천사들도 하느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과 몸을 자신들의 날개로 가린다는 것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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