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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 유래와 의미 살펴보기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1-05 조회수7,229 추천수0

‘주님 공현 대축일’ 유래와 의미 살펴보기


빛으로 오신 구세주 예수, 경배의 순례 행한 동방박사들

 

 

동방교회에서 시작된 주님 공현 대축일은 아기 예수가 동방 박사를 통해 자신이 메시아임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피터 폴 루벤스 ‘동방 박사의 경배’, 1617~18년경.

 

 

5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공현(公顯)은 ‘나타내어 보여줌’이라는 뜻으로, 아기 예수께서 동방 박사들을 통해 당신 자신이 메시아임을 세상에 드러낸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께로 이끄는 별을 따라 경배의 순례 여정을 시작했듯이, 그리스도인은 빛으로 오신 구세주를 닮기 위해 주님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의 유래와 의미를 알아본다.

 

 

주님 공현 대축일의 유래와 의미

 

주님 공현 대축일의 의미를 알려면 우선 성탄 시기 전례력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례력에 있어 성탄 시기의 특징은 연속적으로 지정된 축일들이다. 이 축일 중 가장 중요한 축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과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이다. 선교 지역인 한국 교회는 사목상 편의에 따라 1월 2~8일 사이의 주일에 주님 공현 대축일을 지내고 있다. 아울러 주님 성탄 대축일 다음 주일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을 주님 세례 축일로 지내고 성탄 시기를 마무리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동방 교회에서 시작했다. 이집트에서 활동하던 영지주의자(주님의 인성을 부정한 이단)들이 1월 6일에 주님의 세례를 기념한 데서 유래했다. 로마와 갈리아를 중심으로 한 서방 교회에서는 제1차 니케아 공의회(325년) 이후 4세기부터 주님 공현 대축일을 기념했다.

 

주님 공현은 헬라어 ‘에피파네이아’(επιφανεια)에서 파생된 말로 ‘드러나게 나타나거나 밝혀지는 것’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 ‘유명한 존재로 나타남’ 등을 의미한다. 초대 교회는 신이 개입된 기적같은 사건이나, 황제나 왕이 올 때 사용하던 이 용어를 받아들여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심을 기리는 주님 성탄’을 드러내는 교회 용어로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동방 교회에서는 지금도 1월 6일 주님 공현 대축일에 주님 성탄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교회는 주님 성탄 대축일을 별도로 지내고,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동방 박사들이 탄생한 구세주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에 온 것과 이방 민족들 모두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낸 주님을 기념하고 있다. 따라서 주님 공현 대축일 전례는 ‘그리스도께서 이방인의 빛으로 널리 계시되었다’는 사실에 집중되고 있다. 구약의 독서(이사 60,1-6)를 통해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불러 당신의 백성으로 삼으셨지만, 신약(에페 3,2.3ㄴ.5-6)에 와서 유다인들에게 약속된 복음 선포가 이방인들에게도 전파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복음(마태 2,1-12)은 구세주의 탄생을 알리는 베들레헴의 별빛은 그리스도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염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구원의 빛임을 선포한다.

 

미국의 한 성당에서 열린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 세 동방 박사 역할의 남성들이 마리아와 아기 예수에게 엎드려 경배하는 모습. [CNS 자료 사진]

 

 

동방 박사들은 누구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마태 2,1-11)

 

동방 박사의 경배는 네 복음서 중 마태오 복음서에만 나온다. 마태오 복음서를 보면, 동방 박사들은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를 경배하기 위해 베들레헴을 찾아왔다. 이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온 것은 모든 민족을 대표해 그리스도를 경배하고, 예물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예수는 다윗의 자손인 메시아로, 임마누엘로 세상에 왔지만 헤로데 왕과 이스라엘 백성들은 구세주가 오심을 알아보지 못했다. 성경에서 동방 박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은 최초의 이방인으로 등장한다.

 

삼왕이라 불리는 동방에서 온 이 세 사람을 공동 번역 성경에서는 ‘박사’, 200주년 기념 신약성경에서는 ‘점성가’라고 번역했다. 동방 박사라고 번역되어 사용되었던 그리스어 ‘마고이’의 단수, 마고스는 본래 ‘현자’, 또는 ‘해몽가’라는 뜻이다.

 

전승에 따르면 세 명의 박사는 멜키오르, 발타사르, 가스파르로 불린다. 마태오가 복음서에서 이들이 온 곳을 동방이라고 한 것은 당시 메소포타미아나 페르시아 등 팔레스티나 동쪽 지역에서 성행한 점성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동방 박사들은 예수님을 경배하고, 황금ㆍ유향ㆍ몰약을 선물로 바쳤다. 황금은 ‘왕권’, 유향은 ‘그리스도의 신성’, 몰약은 ‘인류를 위해 죽으실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 예물이다. 신학자 칼 라너 신부는 “황금은 ‘우리의 사랑’, 유향은 ‘우리의 그리움’, 몰약은 ‘우리의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의 유해는 5세기 말경에 콘스탄티노플에서 밀라노의 성 에우스토르지오 성당으로 옮겨졌다고 전해진다. 1162년에 프리드리히 1세 황제에 의해 독일의 쾰른 주교좌성당에 옮겨졌다. 아기 예수의 탄생과 동방 박사들의 경배 장면은 많은 성미술 작품에 남아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5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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