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참 좋은 배경 -성 요셉- 2013.3.18 화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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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3-03-19 | 조회수367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2013.3.18 화요일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사무엘 하7,4-5ㄴ.12-14ㄱ.16 로마4,13.16-18.22 마태1,16.18-21.24ㄱ
-성 요셉-
수도원의 배경을 상징하는 불암산처럼, 점차 사라져 가는 자연 배경, 사람 배경, 전통 배경 상실로 인해
바로 이게 있음 자체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배경의 힘입니다. 배경들과의 끊임없는 유형무형의 교류와 소통 중에 형성되는 정체성입니다.
고즈넉한 저녁에만 아니라 고요한 새벽, 그대로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성 요셉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크다’란 말과 즉시 연결된 것이 큰 산입니다. 넉넉하고 자비로운 큰 품의 산 같은 마음을 지닌 연민의 사람, 성 요셉입니다. 다음 대목이 그대로 성 요셉의 큰마음을 가리킵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요셉의 내적 충격과 상처는 얼마나 컸겠는 지요. 그러나 참 크신 성 요셉은 경거망동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충격이나 실망, 상처보다는 산같이 큰 연민의 마음으로 성 요셉을 기릴 때 마다 떠오르는 ‘산처럼’이란 자작 애송시입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 산 앞에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해져
모자를 벗는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산처럼! -
둘째, 성 요셉은 참 깊은 ‘신뢰의 사람’이셨습니다.
‘깊다’란 말과 즉시 연결된 것이 깊은 강입니다. 성 요셉은 주님과 신뢰의 관계가 얼마나 두터운지 깨닫습니다. 주님을 신뢰할 때 주님도 그를 신뢰하시고 사람들도 그를 신뢰합니다. 신뢰자체가 무언이 소통이자 소통의 완성이요 신뢰보다 큰 자산은 없습니다.
1독서 나탄이나 다윗, 또 2독서에 주인공으로 나오는 아브라함 모두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던 신뢰의 사람 아브라함이요,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 들여라”
요셉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기에 이런 불가능한 주님의 부탁입니다. 무언의 신뢰 중에 주님과 요셉 간의 깊은 대화의 기도가 이뤄지고 있음을 봅니다.
참으로 소리 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신뢰의 깊은 강 같은 성 요셉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 들어갈수록 주님과 깊은 신뢰의 관계보다 신앙인들에게 더 중요한 노후 준비도 없을 것입니다.
요즘 지난 17일 캐나다 런던에서 열린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에 대한 평이 인상적이라 인용합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훌륭한 연기는 다른 선수들의 연기가 수많은 물방울을 튀기며 험한 계곡을 요란하게 지나는 김연아의 연기는 한국의 강을 닮았다.-
바로 신뢰의 깊은 강, 성 요셉에 대한 묘사 같아 인용했습니다.
‘고요하다’란 말과 즉시 연결된 것이 ‘흙’이었습니다. 흙같이 고요한 ‘순종의 사람’ 성 요셉입니다. 참 마음 편안하게 하는 흙입니다.
저희 수도원 배 밭의 흙, 야콘 밭 흙이 그러합니다.
흙을 떠남으로 시작된 인간의 불행이요 온갖 질병들입니다.
흙 하면 연상 되는 게 그 어원에 따른 단어들입니다. 흙(humus)을 어원으로 하여 사람(homo)이요 겸손(humilitas)입니다. 흙 같이 겸손해야 비로소 참 사람이란 말입니다.
비를 내려주는 하늘이 아버지라면
성 요셉은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았으면서도
바로 다음 대목에서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지체 없는 순종입니다. 주님과의 돈독한 신뢰의 관계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래서 주님은 전폭적으로 요셉을 신뢰하여 성가정을 맡겼음을 봅니다.
요셉의 순종의 응답 없이는 하느님도 어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요셉을 향한 축복의 말씀 같기도 합니다.
“너의 집안과 나라가 네 앞에서 영원히 굳건해지고, 네 왕좌가 영원히 튼튼하리라.”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기뻐하시는 것은 당신 뜻에의 순종뿐입니다. 하느님은 무수한 번제물이나 희생제물이 아닌 자비를, 순종을 원하십니다.
잘 들여다봐야 비로소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성 요셉임을 깨닫습니다.
큰 산 같고, 깊은 강 같고, 고요한 흙 같은 의인 성 요셉입니다. 그대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은 성 요셉입니다.
작아져 흔적 없는 무(無)가 되신,
뒤로 물러나 산 배경(背景)이 되시고,
아래로 내려와 땅 마당이 되신-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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