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말씀 주일’ 선포 배경과 의미 살펴보기
성령의 빛으로 성경 새롭게 읽고 주님 사랑 깨우쳐야 - 성경은 성령의 활동을 통해 인간의 방식으로 적힌 인간의 말들에서 하느님 말씀으로 변화된다. 성령의 빛으로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은 늘 새로워진다. [CNS 자료 사진] 연중 제3주일인 26일은 처음으로 기념하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 30일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발표하고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주일로 제정했다. 교황은 교서에서 “성경이 없다면 이 세상에서 예수님과 그분 교회의 사명에 따른 여러 사건은 이해되지 못한 채 남아 있을 것”이라며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의 교서 제목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는 교서를 시작하는 성경 구절인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다”(루카 24,45)에서 나왔다. 제1회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맞아 문헌 내용을 살펴본다. 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인가 교황은 가는 곳마다 “온 교회가 하나 된 지향으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거행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이미 각 본당과 지역 교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성경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 세계 모든 신자가 같은 주일에 한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기념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 제정으로 이에 응답했다. 교황은 교서에서 “살아 있는 말씀과 맺는 결정적인 관계가 언제나 주님 백성인 우리의 삶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기를 바란다”면서 “그럴 때 우리는 더욱 깊은 사랑과 신앙을 증언할 수 있다”고 했다. 교황은 이전부터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에 온전히 하루를 봉헌하며 특별하게 지내는 날이 신자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다. 2016년 발표한 자비의 특별 희년 후속 권고 「자비와 비참」(Misericordia et Misera)에서도 이 같은 생각을 담았다. 교황은 권고에서 “주일 가운데 하루를 하느님 말씀에 특별한 방식으로 봉헌함으로써, 부활하신 주님께서 어떻게 우리를 위하여 당신 말씀의 보고를 열어 주시는지 교회는 새롭게 체험할 수 있다”고 했다. 말씀을 체험한 이들이 성경에 담긴 풍요로움을 세상에 선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연중 제3주일인가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 거행이 ‘교회 일치’의 중요성을 드러낸다고 했다. 성경은 듣는 이들에게 참되고 굳건한 일치에 이르는 길을 일러주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해마다 유다인과 맺는 유대를 강화하고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도록 초대받는 바로 그 기간에 시의적절하게 자리할 것”이라며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선포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인 연중 제3주일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월 18일부터 성 바오로 사도 회심 축일인 25일까지)과 맞물려 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어떻게 지내나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장엄한 날로 지내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했다. 이날만큼은 전례 안에서 하느님 말씀의 선포가 지니는 중요성을 일깨워야 하고, 특별한 방식으로 주님 말씀의 선포가 강조되기를 당부했다. - 성찬례 거행에서 성경 봉정을 하며 하느님 말씀에 관심을 집중시키기 - 강론에서도 주님 말씀에 마땅히 드려야 하는 공경 강조하기 - 주교들은 독서직 수여 예식 또는 독서자 위임식 거행하기 - 말씀의 진정한 선포자 육성을 위한 신자 교육 마련하기 - 날마다 성경을 읽으면서 성찰하고 기도하는 법 알려주기(특히 렉시오 디비나) 사제와 교리교사의 역할 강조 모든 이가 성경을 이해하도록 설명하고 도와주어야 하는 중대한 책임은 일차적으로 목자에게 있다. 교황은 강론의 고유한 역할을 언급하며 사제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강론을 준비하기를 청했다. 독서 해설 역시 즉흥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황하거나 현학적인 강론, 주제와 무관한 내용도 피해야 한다. 듣는 이들의 마음에 가닿도록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강론이어야 한다. 말씀의 봉사자로 부름 받은 이들에겐 “자신이 맡은 공동체가 성경에 맛들이게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람들 믿음이 자라나게 도와주는 직무를 위해 교리교사 자신이 쇄신할 필요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성경과 그리스도 성경은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성경이 없으면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 교황은 “성경의 모든 말씀이 그리스도에 관하여 전하고 있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신화가 아닌 역사이고 제자들의 신앙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성경과 성사 그리스도를 믿는 신자라면 꾸준히 성경을 읽고 성찬례 거행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성경에 봉헌하는 하나의 연중행사가 아니라 한 해 전체를 위한 행사가 돼야 한다. 성경을 꾸준히 가까이하지 않으면 눈이 멀게 된다. 결국, 감은 눈과 냉담한 마음만 지니게 될 뿐이다. 성경과 성령 성경은 일개 역사서 모음집이나 연대기가 아니다. 성경의 근원적 목적이 우리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경은 성령의 활동을 통해 인간의 방식으로 적힌 인간의 말들에서 하느님 말씀으로 변화된다. 성경에서 근본적 역할을 하시는 분은 성령이다. 성령의 활동이 없다면 성경은 그저 기록문서로만 남거나, 근본주의적 해석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 말씀을 듣는 이들 안에서도 활동하신다. 공의회 교부들은 “성령을 통해 쓰인 성경은 성령의 도우심으로 읽고 해석해야 한다”(「하느님의 말씀」 12항)고 가르쳤다. 성령의 빛으로 성경을 읽을 때 성경은 늘 새로워진다. 성경과 사랑 성경은 사랑 안에서 살아가라고 당신 자녀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운 사랑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교황은 “성경에 귀 기울이고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 삶 앞에 놓인 커다란 과제”라고 말했다. 하느님 말씀은 우리의 눈을 열어 준다. 숨 막히고 메마른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나눔과 연대의 새로운 길을 나아가도록 이끄는 힘을 지니고 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통해 하느님 백성이 성경을 더욱더 경건하고 친숙하게 대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교황이 교서를 마치며 선택한 성경 구절은 신명기 30장 14절이다. “그 말씀은 너희에게 아주 가까이 있다. 너희의 입과 너희의 마음에 있기 때문에, 너희가 그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추천한 성경 관련 문헌 -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줄여서 「계시헌장」이라고 한다. - 「주님의 말씀」(Verbum Domini). ‘교회 생활과 사명에서 하느님 말씀’을 주제로 열린 2008년 세계주교시노드 후속 교황 권고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19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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