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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4일 *부활 제3주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3-04-14 조회수528 추천수10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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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부활 제3주일(R) - 요한 21,1-19


 

“와서 아침을 먹어라.”

 

<절망의 잿빛 아침에>

 

 

    젊은 시절 밤낚시를 자주 다녔습니다. 오후 네 다섯 시 경 몽땅 다 싸들고 아예 큰 호수 안에 떠있는 좌대(뗏목같이 생겼는데, 바닥에 잘 고정되어 있고, 취침도 가능한) 안으로 들어갑니다. 밤낚시 그럴 듯 해보이지만 결과는 늘 초라합니다. 쌀쌀해진 밤공기와 싸워가며 별의 별 노력을 다해보지만 여간해서는 결실이 없습니다.

 

    새벽이 다가올수록 괜히 왔다는 생각과 함께 마음은 더욱 허탈해집니다. 그럴수록 속은 더 쓰리고 허기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아침이 밝아오면 낚시터 주인이 배를 저어 이곳 저 곳 좌대를 다니면서, 아침 드시겠냐고 물어봅니다. 그야말로 복음과도 같은 소식입니다. 간밤의 허탈함을 뒤로 하고 황홀한 일출광경과 함께 하는 아침식사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도 비슷한 체험을 하고 있군요. 간밤의 오랜 헛수고에 괴로웠던 제자들이었기에 더 간절히 아침을 기다렸겠지요. 그러나 그들에게 아침이라고 해서 뭐 특별한 위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스승과 함께 하지 않는 하루는 무의미하여 차라리 아침이 오지 말았으면 하는 절망의 잿빛 아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토록 절망의 잿빛 아침, 헛수고 끝의 무기력한 아침, 무의식과 악몽의 아침, 별 기대할 것 없는 무의미한 제자들의 아침에 부활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삶의 막장에 도달한 베드로, 사방이 높은 벽에 둘러싸인 막다른 골목길에서야 겨우 영적인 눈이 뜨인 베드로가 외칩니다.

 

    “주님이십니다.”

 

    “주님이십니다.”는 베드로의 외침 안에는 이런 다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고수해왔던 내 위주의 삶의 방식을 접겠습니다. 내 스타일로 치던 그물을 거두겠습니다. 좁은 내 안목, 일천한 내 경험을 등 뒤로 내던지고 주님의 요구대로 순명하겠습니다.

 

    이런 다짐과 더불어 내 일상의 호숫가에 서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잿빛 아침은 희망의 새아침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나의 일상을 뒤덮던 우울과 헛됨의 장막이 걷혀지고 기쁨의 하루가 활짝 열릴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부활입니다.

 

    지칠 대로 지친 제자들, 시장기로 힘겨워하는 제자들, 삶 자체가 울적했던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손수 준비하신 아침식탁으로 초대하십니다. 따뜻한 빵과 갓 구운 물고기가 정성껏 차려진 아침식탁에 앉히십니다.

 

    제자들의 썰렁하고 우울했던 아침이 친밀함으로 가득한 아침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뀝니다.

 

    참으로 따뜻한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순간은 하느님의 자비와 인간의 비참이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위로와 인간의 고통이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밤새 헛고생만 하다가 배에서 내린 제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각자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기를 쓰고 그 어두운 호수 이곳저곳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닌 제자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각자의 모습과 다름없습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똑같은 말씀으로 우리를 당신 식탁으로 초대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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