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성 요셉 이름을 딴 꽃들, 아마릴리스, 원추리, 한련 아마릴리스, 성 요셉의 백합 아마릴리스는 꽃이 크고 화려하며 그 색도 다양한 다년생 구근 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아마릴리스라고 부르는 식물에는 각기 다른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멕시코와 남아메리카 페루·칠레의 안데스 산맥이 원산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남부 지역이 원산이다. 두 가지 모두 열대와 아열대 지역, 곧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둘 다 꽃대의 줄기가 크고 두툼하며 나팔 모양의 꽃을 피운다. 이 식물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아마릴리스라는 양치기 소녀는 알테오라는 양치기 소년을 좋아했다. 그러나 알테오는 화초 가꾸는 것만 좋아했을 뿐, 어떤 소녀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마릴리스는 신전의 여사제를 찾아가서 알테오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여사제는 아마릴리스에게 황금 화살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라고, 그리고 날마다 알테오의 움막을 오가기를 반복하라고 일러주었다. 아마릴리스는 날마다 가슴의 상처에서 피를 흘리며 같은 길을 오갔다. 마침내 30일째 되는 날, 아마릴리스는 알테오의 움막으로 가는 길에 일찍이 본 적 없는 꽃을 발견하였다. 황홀하게 아름다운 꽃이었다. 아마릴리스는 그 꽃을 꺾어 들고서 알테오의 움막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던 알테오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꽃을 보았다. 알테오는 꽃을 든 소녀의 이름을 물었고, 그 이름을 난생 처음 보는 아름다운 꽃에 붙여 주었다. 그 순간 아마릴리스의 가슴에 난 상처는 사라졌고, 두 사람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다. 한편, 그리스 신화에서 아마릴리스라고 명명된 식물을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이름으로 불렀다. 남아메리카 원산인 아마릴리스는 그 꽃이 백합을 닮았다는 점에서,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 꽃인 백합과 연관지어 ‘성 요셉의 백합’(St. Joseph’s Lily)이라고 불렀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 원산인 아마릴리스는 ‘아름다우신 성모 마리아’(Beautiful Lady)라고 불렀다. 원추리, 성 요셉의 백합 원추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백합과 다년생 식물이다. 서양에서는 이 식물을 포함한 백합과(科) 원추리속(屬)의 식물들을 통틀어서 ‘데이릴리’(Daylily)라고 부른다. 동아시아 원산인 이 식물은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데, 흔히 관상용으로 재배된다. 원추리의 학명은 헤메로칼리스(Hemerocallis)인데, 이는 그리스어로 ‘날[日]’ 또는 ‘하루’를 뜻하는 헤메라(hemera)와 ‘아름다움’을 뜻하는 칼레스(kalles)가 합쳐진 이름이다.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원추리의 꽃이 백합을 닮아서 아름답기는 한데 그 아름다움이 겨우 하루 동안만 지속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원추리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실크 로드를 따라 동양과 서양을 오가던 상인들에 의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추리의 어린 순은 나물로 먹고, 꽃은 요리에 사용하며, 뿌리는 이뇨·지혈·소염제로 이용했다. 로마인들도 이 식물을 약재로 사용했다. 그리고 북아메리카에서는 식민지 시대에 이 식물을 정원에 많이 심었다. 이후 원추리는 널리 퍼져 나갔고, 이내 길가 어디에서나 자생할 정도로 흔해졌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원추리의 꽃은 아쉽게도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다만 품종에 따라 꽃이 피어 있는 주기가 달라서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 때 지는 것(주간형), 저녁때 피기 시작하여 아침에 지는 것(야간형), 저녁때 꽃이 피어서 다음날 오후까지 피어 있는 것(주야형)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이 식물을 ‘하루살이 백합’이라는 뜻에서 ‘데이릴리’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식물의 꽃을 한 달 정도는 계속 볼 수 있다. 그것은 한 포기의 꽃대에서 꽃들이 연달아서 피고지기 때문이다.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원추리의 일족으로 학명이 헤메로칼리스 플라바(Hemerocallis flava)인 품종을 성모 마리아의 꽃인 백합과 관련지어 ‘성 요셉의 백합’(St. Joseph’s Lily)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한련, 성 요셉의 꽃 한련은 덩굴성 식물로 잎이 연잎과도 비슷하고 방패와도 비슷하게 생겼다. 멕시코와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본래는 다년생 식물이지만, 원예용으로 개량된 품종은 일년생 식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한련은 1500년대에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럽 넓은 지역으로 소개되며 인기가 높아져서 프랑스 왕실의 정원들에서 흔히 재배되었고, 미국에서는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의 퇴임 후 사저에서도 재배되었다. 한련의 속명(屬名) 나스투르티움(Nasturtium)은 라틴어로 ‘경련하는 코’란 뜻의 나수스 토르투스(Nasus tortus)에서 유래한다. 맵거나 톡 쏘는 식품을 먹었을 때 코가 찡해지는 현상과 관련되는 이름이다. 그리고 학명 트로패올룸(Tropaeolum)은 방패 같은 잎과 투구 같은 꽃의 형태를 연상케 하는 그리스어 트로파이온(tropaion)에서 유래한다. 이름이 말해주듯이, 한련은 맵고 톡 쏘는 맛이 있어서 꽃, 잎, 열매, 씨앗이 샐러드, 식초, 조미료 등에 두루 쓰인다. 이렇듯 맵고 쏘는 맛 때문에 한련은 ‘인디언 갓’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후추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을 때는 한련 씨앗을 갈아서 만든 가루를 후추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한련은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해서 천연 항생제로, 또한 작은 상처나 긁힌 곳을 덮어 가리는 습포제로도 사용되었다. 그리고 페루의 인디언들은 일찍부터 한련의 잎을 기침, 감기, 생리 불순, 호흡기 질환을 치료하는 차로 사용했다. 이밖에도 한련의 쓰임새는 아주 다양하다. 그리고 번식과 재배는 어렵지 않다. 원예용으로 개량된 품종들은 씨앗으로도 번식시킬 수 있고 덩굴을 잘라서 꺾꽂이를 해도 뿌리가 잘 내린다. 물 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라며 온도가 적당하면 연중 꽃이 피기 때문에 화단이나 화분에 키우기에도 좋다. 한편, 이렇듯 쓰임새는 다양하고 가꾸기는 어렵지 않은 한련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아마도 구원의 역사와 교회 안에서 위치와 역할이 마치 한련처럼 두루 요긴하고 의미 있었던 한 성인을 연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한련을 가리켜 ‘성 요셉의 꽃’(St. Joseph’s Flower)이라고 불렀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3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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