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알아보는 성주간 전례
‘수난과 죽음’ 예수님 지상 생애 마지막 사건 기념 사순 시기 마지막 주간이자 부활 시기를 연결하는 성주간(聖週間). 말 그대로 교회 전례력 중 가장 거룩한 주간이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성 토요일까지의 한 주간을 일컫는 성주간은 그리스도 생애 마지막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고 묵상하는 가운데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신자들은 신앙의 핵심인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기념하고 체험한다. 하지만 올해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 성주간 관련 교령이 내려와 교구별 세부지침을 통해 전례가 축소된다. 교령에 따라 주교회의는 한국 교구의 적용 지침을 마련했다. 일반적으로 거행해 온 주님 수난 성지 주일부터 부활 성야까지 성주간의 전례를 사진과 함께 만나보고, 올해 변경된 내용들을 살펴본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예수 그리스도는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수많은 군중은 “다윗의 자손께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지극히 높은 곳에 호산나!”(마태 21,9)를 외치며 환영한다. 하지만 이들의 환영은 이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마태 27,22)는 외침으로 바뀐다. 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이 극적인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을 기념하는 한편, 수난기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이날 전례는 미사 전, 나뭇가지 축복과 예루살렘 입성 기념행렬을 재현한다. 여기서 가지는 영원한 생명과 승리의 상징이다. 사제는 성수를 뿌려 가지를 축복한 후 예루살렘 입성을 전하는 복음을 읽고 행진한다. 전례의 핵심은 행진을 통해 보여지는 메시아이자 왕인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드러내는 것이다. 입당 후 참회 예절 없이 본기도로 미사를 시작한다. 그리스도 수난 신비는 수난 복음을 선포하며 절정에 이른다. 이처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주님의 죽음에 관한 신비를 기념하는 유일한 주일이다. 올해는 교령에 따라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대한 기념을 거룩한 건물 안에서 거행해야 한다.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에 미사를 재개하는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수원교구 등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가정에서 실시간 방송미사 참여로 안내하고 있다. - 지난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례로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전례.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제공. 파스카 성삼일 파스카 성삼일은 성주간의 절정이자 전례주년에서 가장 거룩하고 뜻깊은 기간이다.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3일간의 기간 동안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에 관한 파스카 신비를 기린다. 곧 이 기간은 독립된 날들이 아니라 수난, 죽음, 부활이라는 파스카 신비를 드러내는 단일성을 가진다. 따라서 각 날의 주제를 파스카 신비라는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파스카 성삼일 동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교회의는 지침을 통해 성수대 사용 금지, 공동 물품 사용 금지, 모든 신자 마스크 착용 등 현재 제시된 미사 참례 때 지켜야 할 주의 사항을 파스카 성삼일 전례를 거행할 때도 그대로 유지하길 권하고 있다. 성 목요일 성 목요일은 사순 시기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과 주님 만찬 미사로 시작하는 파스카 성삼일의 시작일로 구분하고 있다. 성 목요일 오전에는 주교좌성당에서 성유 축성 미사가 봉헌된다. 이 미사는 교구장과 교구의 모든 사제들이 공동 집전함으로써 미사의 유일성과 사제직의 일치성을 드러낸다. 또 미사 중에 교구장은 사제들이 사용하는 성유를 축성하고, 사제들은 이 축성된 성유로 1년 동안 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올해는 주교회의가 교황청 경신성사성 교령에 의거해 내놓은 한국 교구 적용 지침에 따라 신자들의 참여 없이 주교와 교구 사제단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주교좌성당에서 성유 축성 미사를 거행한다. 또는 교구장이 성유 축성 미사를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로 연기해 신자들과 함께 성대하게 거행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성 목요일 저녁에는 파스카 성삼일의 시작인 주님 만찬 미사를 거행한다. 주님 만찬 미사는 주님께서 잡히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한 마지막 만찬으로, 성체성사의 제정을 기념하는 미사다. 이러한 성체성사 제정 의미에 따라 주님 만찬 미사 전에는 감실을 완전히 비워야 한다. 영성체를 위한 빵들은 주님 만찬 미사 때 축성하고 다음날 영성체 때도 이날 축성된 성체를 영한다. 아울러 이날 미사부터 본격적인 주님의 수난을 기념하기 때문에 그 표시로 대영광송 때 성당 종과 제대 종을 치고, 부활 성야 미사의 대영광송 전까지 타종하지 않는다. 또한 주님께서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며 드러낸 사랑의 행위를 이날 미사 중에 발 씻김 예식으로 재현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의 의미를 드러내며, “서로 발을 씻어 주라”(요한 13,14)는 말씀을 실천하게 된다.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나면 마침 예식을 생략하고 축성된 성체를 모시고 수난 감실로 행렬한다. 이어 성 금요일까지 밤샘 성체 조배를 통해 성체 신비와 그 안에 내포된 사랑과 수난의 신비를 묵상한다. 올해는 교령에 따라 발씻김 예식을 생략한다. 영성체 후 성체 행렬도 생략하고 감실에 성체를 모셔야 한다. 예식이 모두 끝나면 주님 부활 때까지 어떠한 전례도 없음을 드러내는 의미에서 제대보를 벗긴다. 또 성 금요일 십자가 처형까지 온갖 고통을 당하고 계심을 뜻하는 의미에서 성당의 모든 십자가는 홍색 또는 자색 천으로 가린다. -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중 거행하는 발 씻김 예식.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성 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후 수난 감실에서의 성체조배.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제공. 성 금요일 성 금요일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날이다. 따라서 이 날은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성사를 거행하지 않으며, 금육과 단식을 실천해야 한다. 예식은 말씀 전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이어진다. 말씀의 전례에서는 요한의 수난 복음(요한 18-19장)을 낭독하고, 10개의 보편지향 기도를 바치면서 세상의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한다. 특별히 올해는 교령에 따라 보편지향 기도에서 병자와 죽은 이들, 상실과 비탄에 빠져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 지향을 마련해야 한다. 십자가 경배는 ‘거룩한 십자가를 보여주는 예식’과 ‘거룩한 십자가 경배’로 구성된다. 십자가 경배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에서 나아가 인류 구원의 원천인 십자가 제사를 기념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부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 경배 예식을 마치면 사제는 성 목요일에 축성한 성체를 수난 감실에서 모셔와 영성체 예식을 진행한다. 영성체 후 성체는 다시 수난 감실로 옮기고 ‘백성을 위한 기도’로 파견 예식을 대신한다. -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성 금요일 십자가 경배 예식. 특별히 올해는 교령에 따라 병자와 죽은 이들, 상실과 비탄에 빠져 아파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 지향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제공. 성 토요일 교회는 이날 주님께서 무덤에 계시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고 단식하며 부활을 기다린다. 이날도 성 금요일과 마찬가지로 초세기부터 완전한 단식을 지켜왔으며, 이는 오늘날에도 권고 사항이다. 또 1년 중 유일하게 시간전례 외에는 아무런 전례가 없는 날이다. 고해성사와 병자 도유를 제외한 모든 성사를 거행하지 않으며, 위독한 환자를 위한 노자(路資) 영성체만 할 수 있다. - 새 불을 축복하고 부활초에 불을 켜는 파스카 성야 빛의 예식.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본당 제공. 파스카 성야 - 부활초는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부활초에는 ‘A’(알파)와 ‘Ω’(오메가), 그 해의 연수를 표시한다. CNS 자료사진. 파스카 성야의 모든 예식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거룩한 밤을 기념해 교회 전례에서 가장 성대하게 거행한다. “그날 밤,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셨으므로,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도 대대로 주님을 위하여 이 밤을 새우게 되었다.”(탈출 12,42)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듯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를 죄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신 날을 기념한다. 따라서 교회는 장엄한 전례로, 죽음을 이기고 참된 승리와 해방을 이룬 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한다. 이날 밤 전례는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예식’, ‘성찬 전례’로 이어진다. 제1부 빛의 예식에서는 새 불을 축복하고 부활초에 ‘A’(알파)와 ‘Ω’(오메가), 그 해의 연수를 표시한 후 불을 켠다. 부활초는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영원히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면서 구원의 길로 이끈다는 의미다. 부활초를 들고 성당으로 행렬하는 동안 세 번에 걸쳐 ‘그리스도 우리의 빛’을 외치고, 독서대에서 부활 찬송(Exsultet)을 노래한다. 올해 각 교구는 주교회의 지침에 따라 빛의 예식에서 불 축복과 신자들의 행렬을 생략할 수 있다. 제2부 말씀 전례에서는 그리스도의 부활 신비로 정점을 이룬 구원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구약과 신약 성경 독서들을 읽는다. 구약 독서 후 제대 위에 촛불을 켜고 대영광송을 부르는 동시에 종을 울리면서 부활의 기쁨을 드러낸다. 이어 신약 독서 후 사순 시기 동안 절제했던 기쁨과 찬미의 환호인 알렐루야를 노래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복음을 선포한다. 주님의 부활을 맞이해 교회의 새 지체들이 새로 태어나는 의미에서 제3부 세례 예식을 거행한다. 세례 예식 또는 성수 축복 후 모든 신자들은 세례 서약을 갱신하며, 사제는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려 그리스도를 통해 다시 태어남을 상기시킨다. 올해는 주교회의 지침에 따라 본당 상황에 맞춰 세례 전례를 다른 날로 옮기고 세례 서약 갱신만 할 수 있다. 마지막 그리스도 부활의 정점을 이루는 제4부 성찬 전례를 거행하며 그리스도의 부활로 다시 태어남이 완성된다. 마침 예식 때 주례자는 신자들에게 성대한 축복을 베풀고, 알렐루야를 두 번 덧붙인 파견의 말로 파스카 성야 미사를 끝맺는다.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5일,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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