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17 조회수393 추천수7 반대(0)

어제는 천호동 성당에서 주일학교 학생들이 가족 야영을 왔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만이 여름 캠프를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야영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텐트를 치고 자면서 같이 밥을 먹고, 놀이를 하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아이들 따로 지내는 것이 익숙해 졌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가고, 가족들이 함께 놀이를 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천호동 성당에서 실시한 가족 야영은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여름캠프는 학생들만 가는 것이 아니고, 가족들이 함께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왔는데, 다들 재미있어 했습니다. 원래 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다니니까 길이 된 것입니다. 원래 화목한 가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목하게 함께 지내니까 화목한 가정이 되는 것입니다. 양자 물리학에서는 물질은 원래 같은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관찰자가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서 물질의 성질도 바뀐다고 합니다.

매일 기도하는 것, 매일 선행을 베푸는 것,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 것, 나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는 것,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은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이 아닙니다. 조금씩 실천을 하면,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시도해 보면 어느덧 신앙인의 길을 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남을 미워하고, 시기하고, 양심을 팔아넘기고, 폭력을 행사하고, 사기를 치는 것은 별나라에 사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씩 양심을 속이면, 세상의 것들에 물이 들면 그렇게 변해가는 것입니다. 원래 선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원래 악한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선하게 살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하게 살면 악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인들은 세상의 법과 하느님의 법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상의 법은 물질, 명예, 권력을 추구합니다. 경쟁과 싸움에서 승리를 해야만 많은 것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법은 1등은 기억하지만 2등은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법은 멀리 떨어져있는 가난한 사람, 굶주린 사람, 아픈 사람들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나의 가족, 나의 직장, 나의 나라가 우선입니다. 세상의 법은 많은 능력과 자격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행복은 성적순, 능력순, 명예순, 권력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법에는 낙오자가 생기고, 밀려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의 법은 양보, 겸손, 희생, 사랑을 이야기 합니다. 행복은 물질, 명예,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적자생존, 자연도태와 같은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서로 나누기만 한다면 우리가 모두 풍요롭게 살 수 있다고 말을 합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굶주린 사람은 그들의 죄가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의 몸은 여러 지체로 이루어져있듯이, 우리의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사람들 모두는 하느님의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룬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병든 사람을 내 몸처럼 돌보아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하느님의 법을, 신앙의 법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상의 법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신앙인들도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신앙인이라는 이름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법을 따라서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아름다운 재단을 만들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신앙인은 아니었지만 하느님의 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이야기한 꽃동네의 오웅진 신부님도 하느님의 법을 온몸으로 살았습니다. 우리의 가슴을 울렸던 이태석 신부님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신문과 방송에서 어떻게 하면 세상의 법을 따라서 살아야 하는지를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인 것처럼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아도 신앙의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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