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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악을 선으로, 비탄을 춤으로...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13-06-20 조회수467 추천수9 반대(0) 신고



악을 선으로
, 비탄을 춤으로...

 

우리나라에서 지난 세기를 사셨던 분들 참으로 고생들이 많으셨습니다. 마치도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드라마 같은 인생들을 살아오셨습니다.

 

천천히 돌아보니 참으로 끔찍한 세월이었습니다. 일본 식민 통치 아래서의 괴로움, 저항과 압제, 추방, 타국살이...해방, 그러나 끝도 없는 정쟁과 혼란, 그러다가 터진 육이오, 동족상잔의 비극, 분단과 이산의 슬픔, 불행한 독재 군부 통치의 연속...살아온 것, 살아남은 것이 참으로 기적 같습니다.

 

많은 어르신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세월 살아온 것 다 쓰려면 소설 몇 권으로도 모자란다.”

 

위대한 선교사 바오로 사도의 생애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의 인생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 반전의 인생이었습니다. 인생의 길목 굽이굽이 사연도 참 많았습니다. 자서전을 쓰자면 열권도 더 될 분량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2서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아주 간단히 압축해서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마 나처럼 전도하는 과정에서 수고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전하다가 붙잡혀 옥에도 많이 갇혔습니다. 지독한 매질도 당했습니다. 동족들로부터 39대씩 다섯 번이나 심한 매를 맞았는가 하면 세 번이나 채찍질을 당했으며 돌에 맞아 죽기 일보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타고 가던 배가 부서져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 위에 떠있기도 했습니다. 자주 여행하는 동안에 늘 강물의 위험, 강도의 위험,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 이민족에게서 오는 위험, 고을에서 겪는 위험, 광야에서 겪는 위험, 바다에서 겪는 위험, 거짓 형제들 사이에서 겪는 위험이 뒤따랐습니다. 이렇게 저는 평생토록 수고와 고생, 잦은 밤샘, 굶주림과 목마름, 잦은 결식, 추위와 헐벗음에 시달렸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고를 통해서 그의 전도 여행이 기쁨과 행복의 전도여행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끝도 없는 고난의 여행길, 백척간두 위를 걷는 목숨 건 여행길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고통과 시련, 걸림돌들과 장애물들이 전도여행길에 나선 바오로 사도의 발목을 잡곤 했었는데, 그가 느꼈던 가장 큰 고통, 가장 큰 괴로움은 어떤 것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육체적인 고통, 견디면 지나갑니다. 그런데 내적인 고통,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괴로움은 여간해서 잘 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더 크다고 하지 않습니까?

 

바오로 사도가 겪은 수많은 고통 가운데 가장 컸던 것은 아무래도 동족들로부터 야기된 몰이해. 문전박대, 거절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있었던 바오로 사도의 바닥체험 그 이후 바오로 사도는 완전히 회심하여 이제 그리스도 전파의 최전방에 서게 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바오로 사도가 온 몸으로 느꼈던 벽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동족인 유다인들이었습니다.

 

물론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순순히 그를 수용하는 유다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바오로 사도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유다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바오로 사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삐딱했습니다.

 

저 친구 저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스도교 박해에 제일 열심했던 친구잖아? 그런데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지금 재 왜 저래?”

 

바오로 사도가 동족들로부터 느꼈던 좌절감은 상당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서간에 그가 극복해야 했던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동족에게서 오는 위험이라고 까지 썼겠습니까?

 

물론 바오로 사도 개인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큰 괴로움이었겠지만 이 과정 안에서조차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 안에서 바오로 사도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방인들에게로 돌려지게 됩니다. 그 덕분에 그리스도교는 유럽 전역으로 활기차게 퍼져나갔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 앞에 펼쳐진 동족들의 노골적인 냉대와 무시, 그리고 계속되는 몰이해와 배척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그 모든 역경을 꿋꿋이 인내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께서는 무의미한 일을 하지 않으심을 굳게 믿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저 참고 견뎌내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았습니다. 그 결과는 사방에, 전 세계에 모래알처럼 널려있는 이방인들, 비신자들을 위한 복음 선포였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생애를 통해서 우리는 악을 선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비탄을 춤으로, 눈물을 웃음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의 오묘한 손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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