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인은 새로운 태어남이다 >
옛날 서양에 남의 양을 훔친 죄로 「양도둑(Sheep Thief)」이라는 두 글자의 .
그 중 형은 모욕을 참을 수 없어 외국으로 도망가 자신을 감추며 살아보려 했으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마에 있는 두 글자가 무슨 뜻이냐고 캐묻는 바람에 결국은 이곳저곳으로 떠돌다가 더 이상 숨어살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 끝에 먼 타양에서 외롭게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내가 양을 훔친 사실은 내가 딴 곳으로 달아난다 해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여기 남아서 내 이웃과 나 자신에게 다시 정직과 믿음을 되찾도록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해가 바뀌는 동안 그는 정직하다는 평판을 얻었습니다. 물론 수많은 수모를 참아가며 노력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이곳을 지나치던 낯선 사람이 그 동생의 이마에 있는 글자를 보고 동네 노인에게 “저 사람 이마에 있는 글자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글쎄요,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 그분은 매우 성실하고 훌륭한 분이니 그 글자는 성인(Saint)의 약자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합니다.
사제가 되어 고해성사를 들어보니 결혼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뱃속에서 나온 형제들도 서로 싸우는데, 하물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함께 맞춰가며 살아간다는 게 쉽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힘이 든다고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위의 예화에서의 형처럼 현실을 회피하려든다고 해서 있는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령으로 묶인 것은 어느 것이나 영원성을 가집니다. 혼인은 성령으로 두 사람이 하나로 묶였기 때문에, 마치 밀떡이 성령으로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처럼, 이젠 둘이 갈라질 수 없는 하나로 영원히 묶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혼인도 성사인 것입니다.
오히려 동생의 경우처럼 힘들고 어렵지만 잘 받아들이면 나에게 혼인이 큰 영광으로 남게 됩니다. 양 도둑, ST(Sheep Thief) 이니셜이, 성인 ST(Saint) 이니셜이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한번 하면 그만이라면 참고 끝까지 가야합니다.
창세기에 “하느님이 아담(사람)을 동산에서 내쫓았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쫓다’는 동사는 히브리말로 ‘가라쉬’라 쓰는데, 이 가라쉬는 내쫓는다는 말 대신 ‘이혼하다’라는 뜻도 지닙니다. 어찌 보면 인류 최초의 혼인은 하느님과 인간이었고, 인류 최초의 이혼도 하느님과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간을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을 당신 집에서 내쫓기 이전에 이미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혼인을 통해 당신 집으로 다시 들어오게 할 계획이 있으셨습니다. 한 번 잘못을 했다고 내치는 그런 분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이 당신과 합당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준비가 되도록 잠시 내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구원하는 방식도 ‘혼인’의 신비로 하셨습니다.
혼인은 하나의 새로운 탄생입니다. 마치 우리가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면 이전의 우리가 아닌 새로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처럼 혼인도 하느님의 사랑 안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병아리가 어찌 알로 돌아갈 수 있고, 개구리가 올챙이로 되돌아갈 수 있으며, 나비가 어찌 애벌레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된 우리가 어찌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혼인도 존재와 본질의 변화인 것입니다. 그래도 되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탄생인 것입니다.
하느님이 한 번 인간을 사랑하셨다면 인간이 되돌아서지 않는 이상 그 인연을 끊지 않습니다. 우리가 인연을 끊으려한다면 우리는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닮은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나오면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가 들썩입니다. 그런 명작들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쏟아낼 수 있을까요?
그는 “여행이 나를 키웠다”고 말을 합니다. 아무 계획도 없이 그냥 배낭 달랑 메고 여행을 떠나면, 그 여행에서 그는 풍부한 정신적 고양과 판타지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여행이 그를 눈물 흘리게 하고, 여행이 그에게 글을 쓰게 한다는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여행을 통해 항상 ‘새로 태어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