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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아름다운 사람 -고(故) 정 요한 수사를 그리며- 2013.8.1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3-08-19 조회수538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3.8.19 정 훈만 세례자 요한(1969-2013) 수사를 위한 장례미사

 

욥기19,1. 23-27ㄱ 1코린15,51-57 요한 6,37-40

 

일시: 2013.8.19(월) 오후 2시
장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참 아름다운 사람
-고(故) 정 요한 수사를 그리며-

 

오늘 우리는 44세 한창 나이에 하느님께서 불러 가신 정요한 수사를 위한
장례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요셉수도원 형제들뿐 아니라 어제 본원에 도착해서도 본원 형제들 역시
얼마나 정요한 수사를 사랑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정요한 수사를 따뜻한 사랑으로 환대해 주신
아빠스님과 본원 형제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본원 소 성당 영안실에 들렸을 때도 저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정요한 수사가 안치된
소 성당 영안실의 맑고 밝은, 따뜻하고 거룩한 분위기에서
그대로 ‘하느님의 환대(歡待)’를 감지했습니다.

순간
‘아, 이제 정요한 수사는 영원한 쉼터인 하느님 품안에서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요한 수사의 영정 사진은 물론
게시된 생전의 환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들에서 저는 시공을 넘어
‘영원의 빛’을 체험했고 오늘 복음 말미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살릴 것이다.”(요한6,40).

 

죽음의 날이 바로 마지막 날이요,
이미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된 정요한 수사임을 깨달았습니다.

 

 

 

어제 요셉수도원 주일미사에 참석했던 100여명 이상의 많은 신자들도
정요한 수사의 부음 소식을 듣고 모두가 마음 아파해 했습니다.

수도원을 찾는 신자들의 사랑 역시 한 몸에 받았던 정요한 수사였습니다.
미사 후 공지사항 때 드린 말씀이 생각납니다.

 

“저는 슬프면 슬플수록,
하느님께 화나면 화날수록 더욱 우렁차게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가 살 길은, 우리의 답은 이것뿐이 없습니다.

어제 오늘은 제 생애 중 가장 슬픈 날입니다.
아마 요셉 수도 형제들의 마음도 똑같을 것입니다.

제 어머님이, 친 형제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이렇게 슬프지는 않았습니다.
정요한 수사가 2002년 입회 후 10년 이상을 작은 공동체에서
늘 함께 기도하고 일하며 한 솥 밥을 먹고 살았으니
아마 이보다 가까운 식구도, 형제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 수도형제들은 슬픔을 딛고 다시 솟구쳐 일어나
더욱 하느님을 찾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하나가 되어 살 것입니다.”

 

 

 

요셉수도원에서 정요한 수사의 12년 간 삶은
그대로 한 권의 ‘살아있는 성경책’이었습니다.

사랑과 배려, 재치와 친화력, 일 눈과 일솜씨, 책임감이 참으로 뛰어났던,
모두를 갖춘 훌륭한 수도형제였습니다.

제 졸저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에도
정요한 수사의 모습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일부분을 나눕니다.

 

‘정요한 수사는 자타가 인정하는 수도원의 보물이다.
하느님께 참 많은 선물을 받았다.

이런 선물은 질투가 아닌 감사의 대상이다.
하느님께서 공동체에 주신 공동자산이기 때문이다.

어느 선배 수사는 가끔 혼자 말을 하곤 한다.

“정요한 수사 같은 사람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욕심이다.
하느님은 절대로 지나친 선물은 주지 않으신다.

우리 요셉수도원에 이미 너무나 부요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셨으니까(269쪽).’

 

바로 저의 졸저 중 정요한 수사에 관한 글 마지막 부분입니다.

‘하나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했는데 하느님은 하나만의 보물마저 가져가셨습니다.

아,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남은 형제들 모두가 하느님의 보물이 되어
정요한 수사 몫까지 살라는 하느님의 일깨우심을 깨달았습니다.

우리 요셉수도원 형제들은 모두 그렇게 ‘하느님의 보물’이 되어 살 것입니다.

 

 

 

수도원 경내를 산책하다보면 곳곳에서
정요한 수사의 사랑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요한 수사가 남긴 사랑의 추억은
우리 수도형제들 마음 속 살아있는 보물이 되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 마음속깊이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아있는 정요한 수사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정요한 수사는 말이 없지만
우리 안에서는 정요한 수사에 대한 사랑의 추억의 말들은 끊임없이 샘솟습니다.

그처럼 잘 살았다는 이야기이며
요셉수도원의 영원한 전설이 된 정요한 수사입니다.

 

저의 지론 중 하나가
‘주님의 전사(戰士)는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배 밭 광야에서 일하다가 세상을 떠났으니
정요한 수사의 경우는 말 그대로 영적전투(靈的戰鬪) 중 전사(戰死)요,
요셉수도원의 첫 순교자가 된 느낌입니다.

 

 

 

오늘 1독서 욥의 고백은 그대로 정요한 수사의 고백 같습니다.

 

“아, 제발 누가 나의 이야기를 적어 두었으면!
제발 누가 비석에다 기록해 주었으면!
철필과 납으로 바위에다 영원히 새겨 주었으면!”(욥기19,23-24).

 

우리 모든 수도형제들 마음 바위 안에 새겨진
정요한 수사의 사랑의 추억들입니다.

 

2독서 마지막 부분의 다음 사도 바오로의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 “승리가 죽음을 삼켜버렸다.
죽음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죽음아,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

죽음의 독침은 죄이며 죄의 힘은 율법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드립시다(1코린15,54b-57). -

 

“주여, 정요한 수사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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