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스스로 낮추는 이가 그분 앞에서는/신앙의 해[28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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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3-09-01 | 조회수462 | 추천수0 | 반대(0) 신고 |
그림 : [서소문] 순교자 현양탑
예수님은 초대받거든 높은 자리를 탐내지 말라신다. 그 자리를 탐하다가는 창피를 당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비록 높은 자리에 있더라도 착각하지 말라는 거다. 이건 자신의 본모습을 먼저 볼 줄 알라는 말씀일 게다. 세상은 겉포장을 좋아해 별것 아닌데도 그럴듯하게만 꾸민다. 예수님은 그런 ‘과대 허위포장을 벗어던져라.’신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 드리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너는 부끄러워하며 끝자리로 물러앉게 될 것이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 그러면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8-14)
예수님은 초대되었을 때에 윗자리가 아니라 끝자리에 앉으라신다. ‘끝자리’가 단순히 공간적인 자리만은 아닐 게다. 앉고 싶지 않은 자리가 바로 끝자리이다. 이를테면 주일인데도 성당에 가기 싫다면 성당이 곧 그 끝자리이리라. 제삿날이지만 시댁에 가기 싫다면 시댁이 끝자리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자리가 우리의 자리이다.
가기 싫은 자리, 하기 싫은 일, 선택하고 싶지 않는 것을 하는 게 바로 ‘끝자리’를 차지하는 거고, 그 길로 가는 게 곧 겸손을 향한 지름길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앉으려는 자리만 앉으려고, 좋아하는 이끼리만 모이려면 겸손을 배우지 못한다. 겸손을 배우려면 ‘끝자리’에 앉는 연습부터 해야 할 게다. 그게 삶의 기본이니까.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주님을 만나야 한다. 그러한 삶이 정녕 생명의 양식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영접하게 되리라. 그러할 때 삶의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런 이가 될 때에만 높은 자리 역시 잘 어울릴 게다. 이렇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하게 될 때에 주님의 은총을 청하리라. 자신을 스스로 낮추는 이가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감출 수 없음을 고백하는 자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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