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2) 주일 미사 참여는 왜 의무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기념하는 거룩한 ‘주일’
- 주일 미사에 참여하려면 온 가족이 미사 참여를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사진은 가족들이 함께 가정 기도를 마치고 있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DB. 나처음: 신부님, 가톨릭교회는 왜 주일 미사를 신자들이 꼭 참여해야 하는 의무로 정해 놓았어요? 자발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종교의 본모습이 아닌가요. 왠지 강요하는 듯해서 부담스러워요. 조언해: 저도 어떨 땐 모임이나 일 때문에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송을 할 때가 있는데 왠지 죄책감이 들어요. 의무라는 게 큰 짐이 되는 듯해요. 제 주변에도 주일 미사 몇 번 빠진 이후로 냉담하는 친구들이 적지 않아요. 라파엘 신부: 주일이 왜 가톨릭 신자에게, 아니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날인지 설명해주마. 그리스도교의 토대가 되는 근본 신앙이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야. 창조 이래로 누구도 부활한 사람이 없지. 오직 예수님만이 부활하신 분이란다. 예수님의 부활은 단순히 믿음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것이 아니야.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았던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증언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야. 아울러 주님의 부활은 인간의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사건일 뿐 아니라 교회에서 거행하는 매 주일 미사를 통해 완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이것을 ‘신앙의 신비’라고 해. 그래서 주일은 과거 주님의 부활 사건의 기억일 뿐만 아니라, 당신 백성 가운데 계시는 부활하신 주님의 생생한 현존에 대해 경축하는 날이야. 이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주일에 성찬례를 거행하는 것만큼 중요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하셨지. 나처음: 그런데 왜 하필 일요일이에요. 다른 날도 많은데. 라파엘 신부: 이제 막 설명하려 해. 먼저, 그리스도인들은 일요일이라 하지 않고 ‘주일’이라고 불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신 예수님께서 유다인들이 지키는 안식일 다음 날인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마르 16,2)에 부활하셨기 때문이야. 교회는 ‘날 중의 날’인 이날을 일요일이라 하지 않고 ‘주님의 날’ 곧 ‘주일(主日)’이라고 하지.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구세주라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교회를 창립한 사도시대 때부터 주간 첫날을 ‘주님의 날’(묵시 1,10)로 지내오고 있단다. 조언해: 주일을 거룩한 날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주님께서 부활하신 날이기 때문이군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주일은 그리스도인 생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날이야. 주일에 신자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성찬례에 참여하고, 주님이신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과 영광을 기념하며, 주님의 부활로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지. 이런 이유로 신자들이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당연한 거야. 당연히 해야할 일이 바로 ‘의무’라는 뜻이지. 나처음: 그럼 신부님, ‘안식일’과 ‘주일’은 어떻게 다른가요. 라파엘 신부: 참 좋은 질문이구나. 안식일을 한마디로 풀이하자면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휴식을 취하신 날’이야. 창세기를 보면,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이렛날에 쉬셨지.(창세 2,2 참조) 그리고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창세 2,3)고 설명하고 있단다. 하느님의 ‘쉼’ 또는 ‘휴식’을 ‘무활동’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풀이야. 예수님께서 안식일 계명에 대해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요한 5,17)고 말씀하셨듯이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일하고 계시지. 이렛날에 하느님께서 쉬셨다 함은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의 충만함을 강조하는 뜻이야. 안식일은 창조주 하느님의 충만한 휴식뿐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심(신명 5,12-15)으로써 그들과 맺은 계명과도 연관돼 있어. 유다인들은 그래서 안식일에 하느님께서 천지 창조와 당신 백성의 이집트 탈출을 위해 이루신 일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휴식을 취하며 하루를 보내지. 그럼 주일은 어떤 날인지 다시 한 번 설명하마. 주일은 ‘안식일’이 아니야.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시작한 ‘새로운 창조의 날’인 동시에 ‘영원’을 상징하는 날이야. 교회가 주님의 재림 때까지 주간의 첫째 날과 여덟째 날에 계속해서 주일을 거행하면서 그리스도인은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기 때문이야. 아울러 주님께서 부활로 안식일의 주인이 되셨기 때문에 인류의 첫 번째 안식일에 하느님께서 무에서 창조하신 모든 것을 보시며 만족해하시던 그 기쁨을 미사를 통해 온전히 드러나는 날이 바로 주일이란다. 주일은 ‘교회의 날’이기도 해.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주님의 약속이 희망의 샘으로 교회 안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지.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이 약속을 굳게 믿으며 미사를 거행하면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생활했던 사도들의 체험을 강렬하게 나누고 있단다. 그래서 주일을 교회의 날, 신앙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해. 조언해: 주일의 의미가 이렇게 풍성한지 몰랐어요. 주일이 정말 거룩한 날이네요! 라파엘 신부: 그렇지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려면 무엇보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해. 주님께서 나를 만나시도록 하려면 내가 주님께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해. 주님이 우리 삶의 중심이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돼. 요즘 보면, 열심한 신자 중에도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신심만 좇는 사람들이 있어. 예수님께 마음을 열려면 무엇보다 내가 좋은 그리스도인인지, 좋은 신자인지 살펴야 해. 좋은 그리스도인과 좋은 신자는 늘 주님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있지. 그리고 자기가 만든 계명이 아니라 교회 가르침 안에서 살아가지. 또 주님께 마음을 열려면 자신의 잘못과 죄를 항상 살펴서 기도해야 해. 주님께 마음을 연 사람은 가장 고통스러운 시련 속에서도 언제나 평화와 예수님의 현존을 잊지 않으며, 용기를 내서 기도를 하지.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주님, 저의 신앙을 지켜 주시고 키워 주십시오. 저의 신앙을 강하고 용감하게 해 주시고, 저에게 용기를 주십시오”라며 매일 기도하라고 권고하셨어. 교황님의 말씀처럼 신앙의 은총을 매일 청할 때 우리는 주님께 마음을 열 수 있단다. 그리고 주일 미사는 늘 가족적이어야 해. 미사는 보러 가는 게 아니고 참여하는 것이야. 그래서 집에서부터 온 가족이 미사 참여를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단다. 가족이 함께 주일 독서와 복음을 읽고 묵상하고, 가족 모두가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권유하고 고해성사를 통해 흠 없는 상태로 준비해야 해. 그리고 미사에서 받은 은총을 일상의 증거와 선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식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해. 우리 신자들이 이렇게 생활할 때, 주일 미사뿐만 아니라 주일 전체가 사랑과 정의, 평화를 가르쳐주는 거룩한 날이 되는 것이야. 그리스도인의 주일에 대한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으로 마무리해야겠구나. “그리스도인의 주일은 도피가 아니라 시간 자체에 새겨진 ‘예언’입니다. 곧 신자들에게,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러’(루카 4,18-19) 오신 분의 뒤를 따르게 하는 예언인 것입니다. 부활을 경축하는 주일에, 신자들은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하신 그리스도의 약속을 기억하며, 그분께 배운 대로 이제는 그들 자신이 평화를 건설하는 사람이 됩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7월 19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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