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30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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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13-10-27 | 조회수375 | 추천수1 | 반대(0) |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예전에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이 노래가 1982년도에 발표되었으니 벌써 31년이 되었습니다. 10월의 마지막 주일에 우리가 잊고 지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 것이 3개월도 넘었을지도 모릅니다.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헌을 하기로 했는데 미루다 보니 벌써 10월의 마지막 주일인지도 모릅니다. 친한 이웃의 가족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벌써 퇴원할 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올해부터는 꼭 운동을 해야지 했는데 사다 놓은 운동화는 아직도 신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평일미사를 참례하고, 매일 묵주기도를 하기로 했는데 주일 미사에 참례하기도 바쁜 생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늘 기억하고 계시는데, 우리를 늘 기다리고 계시는데 우리가 하느님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봅니다. 지난주에 성소국 직원들과 용문사를 다녀왔습니다. 용문사에는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면서 산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습니다. 천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주변의 작은 나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 같았습니다. 꽃밭의 꽃들도 각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꽃밭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장미가 코스모스에게 ‘넌 왜 그렇게 가냘프냐.’라고 하지 않습니다. 코스모스가 제비꽃에서 ‘넌 왜 그렇게 작으냐.’라고 하지 않습니다. 채송화가 할미꽃에게 ‘넌 이름이 그게 머냐.’라고 하지 않습니다. 화려하면 화려한대로, 소박하면 소박한대로, 가냘프면 가냘픈 대로 그렇게 꽃밭을 일구어 가고 있습니다. 오직 사람만이 평가하고, 비교하고 순서를 정하려고 합니다. 아파트의 평수로 삶의 질을 구분하려고 합니다. 학력과 직업으로 사람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소유한 차량을 보고 그 사람의 인격을 따지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쪼금만 기다려 봐 다 똑같다니까! 60쯤 되면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똑같고, 70쯤 되면 마누라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똑같고, 80쯤 되면 돈 많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 같고, 90쯤 되면 죽은 사람이나 살아있는 사람이나 똑같다.’ 저는 아직 50이라 실감을 하지 못하지만 그 정도 나이가 되면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교구청에도 부서가 있습니다. 사무처는 다른 모든 부서의 일을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교구의 공식적인 공문을 발송하며, 본당 사목에 대한 협조를 하고, 사제들의 인사와 생활에 대한 도움을 줍니다. 사목국은 교구장의 사목 방침이 사목의 현장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침을 만들어 줍니다. 선교 문화 봉사국은 해외 선교를 하는 사제들을 지원하고, 교구의 주보를 제작합니다. 청소년국은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사목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사목부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특별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관리국은 교구의 전반적인 재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통합 사목 연구소는 교구의 현안에 대한 연구를 하며,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합니다. 제가 있는 성소국은 사제 양성을 위해서 성소를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 예비신학생들을 지원하고, 성소후원회 모임을 도와줍니다. 어떤 부서는 직원과 신부님들이 많고 규모도 큽니다. 어떤 부서는 직원도 적고 규모도 적습니다. 하지만 하는 일들은 모두가 소중합니다. 만일 인원과 일의 크기로 비교를 해서 평가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입니다. 몸의 각 지체가 모두 소중하며 한 몸을 이루듯이 교구의 부서들도 교구장님의 사목 정책이 교구에 반영되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할 따름입니다. 참된 신앙은 곁으로 드러난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숨겨진 진실 속에 있는 것이며, 참된 신앙은 내가 한 공적에 대해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후에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은 자신보다 못한 이를 경멸하기보다는 자신 안에 있는 숨겨진 허물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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