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회개의 표징 - 2013.11.15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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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13-11-15 | 조회수372 | 추천수10 | 반대(0) 신고 |
2013.11.15 연중 제32주간 금요일, 지혜13,1-9 루카17,26-37 . 회개의 표징
. 우리 삶은 회개의 여정입니다. 부단히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깨어 눈만 열리면 곳곳에 널려있는 회개의 표징들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주제는 '회개의 표징'입니다. . 며칠 전 공동체 소풍 시 자연친화적 단순 소박한 삶을 사시는 수녀님들을 방문했을 때 그 수녀원의 설립취지문을 읽으며 공감한 구절이 생생합니다.
. “생태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수도자로서, 모든 피조물의 구원을 위해 생태 친화적 삶을 산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피조물을 통하여, 피조물을 위하여, 피조물과 함께 계신다.'는 영성적 자각을 일깨우는 여정이다(로마8,18-23; 1,20참조)’ 이 여정의 삶은 사막의 교부들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사는 대월수행(對越修行)의 지름길이다. 머리를 굴릴수록 하느님과 멀어지고, 몸을 굴릴수록 하느님과 가까워진다.”
. 피조물에 집착하여 피상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그 넘어 피조물을 만드신 하느님을 관상하는 게 바로 회개요 대월수행입니다. 역시 초점은 하느님이며 오늘날의 대부분 불행도 하느님을 잊었기에 자초한 화임을 깨닫습니다. . 이런 관점에서 보면 1독서에 대한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찬탄만 했지 자연을 만드신 하느님을 모른 것이 문제입니다. 1독서는 자연을 신격화한, 자연숭배의 어리석음을 저지른 자들에 대한 추궁이 담겨있습니다.
. “피조물의 웅대함과 아름다움으로 미루어보아 그 창조자를 알 수 있다. …그들은 그분의 업적을 주의 깊게 탐구하다가 눈에 보이는 것들이 하도 아름다워 겉모양에 정신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용서 받을 수 없다. 세상을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그들은 어찌하여 그것의 주님을 찾아내지 못하였는가?”
. 역시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라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잊을 때 우상숭배요 세상 것들에 집착함은 필연입니다. . 위의 수녀원 설립 취지문 대목 중 마지막 구절에 모두가 웃으며 공감했습니다.
“머리를 굴릴수록 하느님과 멀어지고, 몸을 굴릴수록 하느님과 가까워진다.”
. 머리를 굴릴수록 마음은 복잡해져 하느님과 멀어지고 몸을 굴릴수록 마음은 단순해져 하느님과 가까워진다는 말입니다. 역시 머리를 굴리는 일보다 몸을 굴리는 것이 회개에 더 유리함을 깨닫게 됩니다.
. “비워야지 비우지 않으면 살 수 없습니다.”
. 부원장 수사님의 말에도 공감했습니다. 하늘과 산과 흙만 보이는 궁벽한 산골에서 욕심을 비운 자리에 하늘로, 하느님으로 채우지 않으면 살 수 없겠다는 말입니다. 사실 하느님이 아니라면 이런 삶은 무의미하고 애당초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 하느님과 자연, 이웃을 향해 마음 활짝 열고 사는 것이 회개의 삶입니다. 노아 때나 룻 때의 멸망의 이야기는 옛날이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도 회개하지 않았을 때의 여전한 가능성이요 그 불길한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는 현실입니다. . 마지막 멸망하는 날까지 하느님을 까맣게 잊고 세상 것들에 집착하여, 세상맛들에 빠져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사고팔고 심고 짓고 하다가 홍수로, 하늘에서 쏟아진 불과 유황으로 멸망당한 노아 때의 사람들이요 소돔 땅 사람들입니다. . “너희는 롯의 아내를 기억하여라.”
. 하느님만 보고 달렸어야 되는 건데 남은 소유에 집착하여 뒤를 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의 모습 역시 회개의 표징입니다. . 롯의 아내처럼 세상 것들에 집착하다 탐욕으로 인생 망친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복음의 두 사람과 두 여자의 비유도 회개의 표징입니다. . “그날 밤에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두 여자가 함께 맷돌질을 하고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
. 똑같은 환경이었지만 내면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끊임없는 회개로 하느님 향해 활짝 열려있던 이는 하느님이 데려갔지만 현실에 집착하여 하느님께 닫혀있었던 이는 버림을 받았습니다. .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들도 모여든다.”
그 누구도 하느님의 심판을 빠져나갈 수 없으리라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듯이 아무도 하느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 11월 위령성월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는 달이자 메멘토 데이, 하느님을 기억하는 회개의 달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 향해 활짝 열린 희망의 달 11월입니다. . 주님은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들을 당신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케 하십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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