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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이름에 기도를 품은 꽃들 - 튤립, 수국, 페튜니아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02 조회수6,496 추천수0

[성모동산의 꽃과 풀들] 이름에 기도를 품은 꽃들: 튤립, 수국, 페튜니아

 

 

튤립, 성모 마리아의 기도

 

튤립(학명: Tulipa gesneriana)은 알뿌리로 번식하는 백합과 튤립속의 여러해살이 외떡잎식물이다. 가을에 알뿌리를 심으면 이듬해 봄에 싹이 돋아 곧게 자라며, 4-5월에 그 줄기에서 종 모양의 꽃을 빨간색, 노란색 등 여러 색으로 피운다.

 

16세기 중반에 아름다운 꽃 하나가 터키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오스만 투르크어에는 모슬린 또는 거즈를 뜻하는 튈벤드(tülbend)라는 단어가, 그리고 페르시아어에는 터번을 뜻하는 델반드(delband)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 단어들에서 튤립(tulip)이란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튤립의 꽃모양이 이슬람교도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과 비슷하게 생겼기에 이 식물을 그런 이름으로 부르게 된 듯하다.

 

‘튤립’ 하면 흔히 네덜란드를 떠올리지만 그 원산지는 터키다. 튤립은 16세기 후반부터 유럽 전역에서 크게 관심을 받고 인기를 누렸다. 순식간에 귀족과 상류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며 신분 상승의 욕구와 갈망을 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때는 황소 1천 마리를 팔아야 튤립 알뿌리를 겨우 40개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치솟았다. 튤립만 심어 가꾸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과 착각 속에서 튤립은 급기야 투기의 대상이 되었다.

 

한 시절, 결코 한 송이 꽃이 이루어 줄 수는 없는 욕망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책 없이 휘둘렸다. 그래서 그런지 황소 수십 마리를 팔아야 한 뿌리를 가질 수 있었던 꽃, 튤립의 자태가 사뭇 고결하고 우아하게 다가온다.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튤립 꽃이 하늘을 향하여 피는데다 또한 그 모습이 성작을 닮기까지 한 것을 보면서, 그야말로 성모님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충만하신 분이심을 나타내는 꽃이라고 여겼다. 이를테면, 성모님은 늘 기도 중에 은총을 내리시는 하느님을 항하여 열려 계시고, 그분의 은총으로 채워지시는 분이심을 표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꽃을 일러 ‘성모 마리아의 기도’(Mary’s Prayer)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수국, 성모송(마리아님 하례하나이다)

 

수국(학명: Hydrangea macrophylla mar.)은 장미목 범의귓과의 쌍떡잎식물이다. 낙엽활엽관목으로 1미터 정도 높이로 자란다. 비옥하면서도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하는 반음지 식물로, 이런 곳에서는 땅에서 줄기 여러 개가 나와 보기 좋은 수형을 이루고, 6∼7월 또는 가을에 꽃을 풍성한 모양으로 피운다. 수국은 꽃대 끝에서 하나의 꽃이 피고, 그 주위의 가지 끝에서 다시 꽃이 피고, 거기서 다시 가지가 갈라지며 그 끝에 꽃이 피는 형태로 꽃을 피운다.

 

꽃은 처음에는 약간 녹색을 띤 흰 색이지만 점차로 밝은 푸른색으로 변하였다가 붉은 기운이 도는 자주색으로 바뀌기도 하고, 또는 연한 자주색에서 푸른색으로 변하였다가 다시 연한 붉은색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토양이 산성일 때는 푸른색을 많이 띠게 되고, 알칼리 일 때는 붉은색을 띠게 되는 생리적 특성이 있다. 그래서 토양에 첨가제를 넣어 꽃의 색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도 있다.

 

수국은 중국이 원산이고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히말라야, 아메리카 등지에도 분포하는데, 주로 일본에서 꽃이 좀 더 크며 연하거나 짙은 붉은색, 짙은 푸른색 등 색깔이 화려한 품종들이 개발되어 관상용으로 재배되며 서양으로도 퍼져 나갔다.

 

수국과 비슷한 특성을 갖는 우리나라 향토종으로 산수국과 탐라수국이 있다. 산수국이나 탐라수국은 꽃이나 나무가 일반 사람들이 구별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수국과 비슷하게 생겼다. 이것들은 남보라색의 이름다운 꽃을 피우는데, 꽃 가장자리로는 수국처럼 무성화를 피우고, 안쪽으로는 수술과 암술을 완벽하게 갖추어 결실이 가능한 작은 꽃들을 피우는 것이 수국과는 다르다.

 

수국은 꽃, 잎, 뿌리 모두 심한 열을 내리게 하거나 심장을 강하게 해 주는 효능을 지닌 약재로 쓰인다. 또한 일본에서는 잎이나 가는 줄기를 말려 차로 만들어 마시거나 당뇨병 환자가 설탕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한편, 그리스도인들은 수국의 요란하지 않고 단아하고 기품 있게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구세주의 어머니로 선택되신 마리아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리하여 수국을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Ave Maria)로 시작되는 ‘성모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페튜니아: 마리아의 노래

 

페튜니아(학명: Petunia hybrida E. Vilm.)는 가짓과 페튜니아속의 식물이다.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는 여러해살이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노지에서 월동할 수가 없어서 봄에 파종하는 한해살이풀로 취급한다.

 

페튜니아는 보통 15-25cm 높이로 자라지만, 60cm 또는 그 이상 자라는 품종도 있다. 햇빛을 좋아해서 하루 종일 직사광선이 비치는 곳에서 잘 자란다. 그리고 건조한 기후에는 강한 편이지만 습기에는 약하고, 오염에 매우 민감하다.

 

이 식물의 줄기와 잎에는 샘털이 빽빽하게 나 있어서 점성을 띠고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가꾸기 쉽고 꽃이 아름다워서 널리 재배된다. 페튜니아는 팬지와 더불어 화단이나 도로변 등을 장식하는 데 대표적으로 널리 쓰이는 꽃이다. 페튜니아는 씨앗을 파종하는 시기를 달리하면 꽃이 피는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월동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10월에 또는 11월에 씨앗을 뿌려 3~5월에 꽃을 볼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3월에 파종하여 5~6월에 꽃을 볼 수 있다.

 

페튜니아는 일반적으로 꽃의 크기에 따라 대형종, 중형종, 소형종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홑꽃과 겹꽃으로 나누기도 한다. 꽃의 색은 다양하며, 최근에는 두 가지 색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품종들도 개발되었다. 한국의 육종학자로서 세계 유전육종학 발전에 이바지한 우장춘 박사도 페튜니아의 겹꽃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바 있다.

 

한편, 남아메리카의 그리스도인들은 페튜니아를 보면서 마리아가 구세주의 어머니로 하느님께 부르심을 받은 뒤 엘리사벳을 찾아갔다가 몸 둘 바를 모르게 과분한(?) 인사를 받고는 벅찬 감동으로 찬미가를 읊으신 사실을 연상했다. 그리하여 아예 그 이름을 ‘마리아의 노래’(Lady’s Praise, Magnificat; 루카 1,39-56 참조)라고 지어서 불렀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0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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