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탐구 생활 (25) 전례주년에 따른 성경 독서 오늘날 주일 전례에서 읽는 성경 본문들은 성경의 여러 곳(구약, 시편, 신약, 복음)에서 발췌하여 3년 주기로 배정한 체계를 따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주일 미사에 빠지지 않고 가기만 하면 구약과 신약이 연결된 ‘성경 그랜드 투어’에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2년 주기 독서 체계를 따르는 평일 미사까지 포함하면 보다 폭넓은 성경 본문을 전례 안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전례 안에 성경 독서 주기를 마련한다는 생각은 옛 유대교 전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세기 회당 전례에서는 정기적으로 율법서와 예언서를 읽었습니다. 3세기 초 랍비들의 기록에도 회당 전례에서 율법서와 예언서를 정기적으로 읽는 패턴이 발견됩니다. 전례에서는 독서의 순서도 중요한데, 바로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들은 원칙적으로 구약에서 신약으로, 이스라엘에서 교회로 넘어가는 흐름을 따릅니다. 복음 선포는 그 흐름에서 정점을 차지하는데, 이는 바로 예수님께서 성경 전체가 가리키는 구원 역사의 중심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경 독서는 교회의 다양한 전례 시기와 축제일에도 부응합니다. 교회는 전례 주년의 시기별로 우리를 예수님의 삶과 사명 곡으로 안내합니다. 우리는 대림 시기 4주 동안 구세주를 기다리는 인류의 갈망이 담긴 구약을 되돌아보고, 성탄 시기 동안 우리 가운데 살기 위하여 오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탄생하심을 기뻐합니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예수님께서 기도하고 단식하셨던 광야의 삶에 참여하고, 성주간에 기념하게 될 그리스도의 수난에 참여할 준비를 합니다. 부활 시기에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을 경축하는데, 그분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주신 성령 강림 대축일이 그 정점을 이룹니다. 연중시기라고 부르는 나머지 전례 시기는 예수님의 공생활에 초점을 맞춥니다. 교회는 또 1년 내내 우리의 주의를 신앙의 여러 신비들로 이끕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은 성찬의 선물을 경축합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은 하느님 세 위격의 신비를 조명합니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연약하고 죄 많은 인간 존재를 성인으로 만드신 하느님의 초자연적 위업을 찬양하고, 우리 모두가 거룩함으로 부르심 받았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성인들의 축일과 기념일도 많아서, 우리가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리스도를 닮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성인들 가운데 으뜸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로, 전례 주년에서 가장 많이 기념되는 성인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탄생, 승천 외에도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 있는 그분의 삶과 역할의 여러 측면들을 기념합니다. 우리는 연중 매일 예수님 생애의 모든 측면, 특히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고 신앙의 신비와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성인들에 대해 지속적인 감사를 드려야 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낱 인간인지라 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한 번에 완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교회가 예수님 삶의 특정 단면이나 가톨릭 신앙의 특정 측면을 기리는 특별한 날들을 지정하여 감사의 찬양을 드리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해마다 교회 전례력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은 우리의 부족한 기억력과 의지력을 넘어 그리스도와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에 감사를 드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020년 10월 4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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