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미원 성당에 있는 연제식 신부님 그림 - photo by 느티나무신부님
†찬미예수님
새해 지난 지 며칠 지났어요?
지난 4일 동안 카톡,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福 받으세요~’입니다.
올 한해 여러분들, 주님의 사랑 안에서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흘러넘치기를 기원합니다.
사제가 여러분들에게 ‘福 받으세요~’ 하는 것은
올 한해 외로울 때, 눈물 날 때가 있다하더라도 임마누엘 하느님,
즉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이 바로 복이다~ 그 뜻일 겁니다.
신앙인들의 3대 구호.....저도 하루에 네 다섯 번씩 외웁니다.
첫 번째, 하느님은 이 김신부를 사랑하신다~
두 번째, 하느님은 현재 이 김신부의 어려움을 반드시 해결해 주실 것을 믿는다~
세 번째, 하느님은 내 앞길 선하게 예비하실 것을 믿는다~
이 세 가지를 구약성서에서는 한마디로 ‘야훼이레’ 라고 합니다.
사제가 福 받으시라는 뜻은 부자가 되라는 뜻만이 아니라
올 한해 어렵고 힘들더라도
첫 번째, 주님은 나를 사랑하신다~
두 번째, 주님은 현재 나의 이 어려움을 반드시 해결해 주실 것을 믿는다~
세 번째, 하느님은 내 앞길 선하게 예비하실 것이다~
바로 ‘야훼이레’ 임을 믿으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은총 자체이시고, 복 자체이셨습니다.
모든 복은 주님에게서 나옴을 믿습니다.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 가난한 목수로 살다가, 힘들고 외로운 전도생활을 하셨으며
고달픈 십자가 죽음으로 삶을 마치셨습니다.
‘은총을 가득히 받으신 여인’ 이라고 부르는 성모님도 인간적인 눈으로 보면
박복하기 이를 데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산상설교에서 가난한 사람, 우는 사람, 박해받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셨으니 우리 신자들의 복은 세상 사람들의 복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오늘 무슨 축일이지요?
주님공현대축일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세상사람들에게 드러내신 그런 날입니다.
동방의 세 박사들에게 별이 나타났는데 동방의 박사들은 메시아가 태어난 것을
찬양하기 위해 귀한 선물을 안고 1200여km의 먼 길을 달려오지만
헤로데는 아기예수를 잡아 죽이고자 합니다.
헤로데에게나 세 박사에게나 똑같은 별빛을 보여주었지만
이들이 별을 보는 마음과, 생각, 생각에 이어지는 행동들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여러분들도 이 강론을 듣고 열매를 맺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똑같은 강론을 듣고 죄에 떨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똑같은 성서를 읽어도 살아가는 모습은 각자 다를 수가 있습니다.
똑같은 체험을 하였다 하여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우리들은 별을 보고 그리스도를 찾아 나선 박사들처럼
적극적인 자세로 그리스도와 더 가까이 지내려고 노력해야 할 겁니다.
저는 신학생 시절에 나병 환자촌에서 여름방학을 지낸 적이 있습니다.
나병환자들은 손가락이 떨어져나가도 고통을 못 느낍니다.
한평생 나병환자들을 돌본 미국인 의사가 나병환자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바로 ‘고통’이라고 합니다.
고통은 일종의 경고입니다.
고통이 우리 인간에게 없다면 영적으로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촛불에 손을 대고도 아프지 않다면 손이 타들어가도 몰라요.
신부 되기 전에 나병환자 촌에서 큰 영향을 주었던 분이 계십니다.
나환자인 그분은 팔다리가 없어서, 공소까지 걸어서 20분이면 갈 거리를
무려 세 시간이나 배로 기어 올라갑니다.
그분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공소에 가서 십자가의 길을 합니다.
어느 날 기도를 하러 공소에 올라가갔더니 그분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엎드려계신 겁니다.
“형제님, 왜 안 들어가십니까?”
“문을 열어 줄 사람이 공소안에 아무도 없어요.”
날씨가 추워서 그날은 아무도 오지 않은 겁니다.
손가락이 있어야 문고리를 돌리지요~
머리로 꽝꽝 치다가 머리가 터진 겁니다.
나중에 세상 떠나기 전에 그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그때는 사제였는데 제 품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하시는 말씀이
“신부님, 제 몸이 이렇게 된 것, 하느님께 원망한 적이 없지만 손가락으로 묵주 돌리는 사람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묵주 돌릴 수 있는 손가락 두 개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천국에 가시면 손가락 열 개 다 만들어 주실 테니까 편안히 가세요.”
그분은 제 품안에서 돌아가셨지요.
일주일 뒤에 생시같은 꿈을 꾸었는데 그 스테파노 아저씨는 온몸이 부활해서 손가락마다 묵주를 들고
“신부님 저 손가락이 생겼어요.”
꿈이지만 너무나 기뻤어요.
꽃동네 앞에 가면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그 표현으로 부족합니다.
내가 내 손으로 묵주를 굴릴 수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요~
내 발로 성당 문턱을 넘을 수만 있어도 그건 주님의 은총입니다.
우리는 머리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은총으로 코팅이 되어 있지만 어두운 면만 보고 삽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하지요?’
없어진 다리를 보아야 해결되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신앙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예수님을 찾아 나섰던 동방의 세 박사들처럼
그 별을 나침반으로 삼아서 따라 가십시오!
그 별빛 따라가다 보면 예수님이 거기서 기다리실 겁니다.
온갖 어려움을 디디고 일어서면서 용감히 신앙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힘들고 괴롭다고 십자가 버리거나, 남 주거나~ 하지 마십시오.
어쩌면 대부분의 십자가는 억지로 지는 십자가일 겁니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의기소침하거나 주눅 들지 마십시오.
억지로 지는 십자가라해도 예수님은 좋아 하십니다.
키레네 사람 시몬이 일 끝나고 집에 가다가 예수님 대신 십자가 졌지요.
덩치 큰 것이 죄가 되어 재수 옴 붙은 겁니다.
시몬은 억지로 십자가 졌지만 예수님은 그동안 쉴 수 있으셨고,
다시 힘을 내어서 골고다까지 올라가실 수 있었던 겁니다.
동방의 세 박사는 귀한 선물을 예수님께 기쁘게 드렸어요.
가장 소중한 것 - 황금, 유향 몰약을 드렸어요.
이 세 가지는 세상에서 왕, 권세를 나타내는 중요한 선물이지요.
우리도 올 한 해 동안, 착한 행위로 하느님께 예물을 드립시다.
우리 기도로 정성껏 기쁘게 예물을 봉헌합시다.
세 박사는 예수님을 만남 후에 헤로데에게 갔습니까?
헤로데에게로 가지 않고 천사들이 안내한 대로
선의 길, 착한 길로 들어섰던 겁니다.
우리는 영세를 하고, 미사 중에 말씀과 성체를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고
그 후에 성당을 벗어나면서 어느 쪽의 길로 가야할 것인가?
새해를 맞는다고 누구나 새해를 맞이하는 게 아닐 겁니다.
늘 어두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천 번의 새해가 돌아온다 해도
그 사람에게 새해는 뜨지 않을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진정한 별이며 나침반이십니다.
자주 그분을 바라보면서 은혜로써 새해를 걸어가기를 권고합니다.
오늘 동방박사가 가장 귀중한 선물을 주님께 봉헌했듯이
올 한 해 동안 기도의 봉헌, 절제의 봉헌, 행위를 나타내는 착한 봉헌,
이웃을 돕는 자선의 봉헌을 합시다.
주님께 귀한 선물을 드린 동방박사들의 이름이 2천년 동안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듯이 우리의 이름도 하늘나라에 기록될 것이라는 것을 믿으면서
이 미사를 봉헌합시다. 아멘
♧느티나무신부님 (2014. 1월 4일 배티은총의 밤
배티 성지 - photo by 느티나무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