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책
레오나르도 ('140123 )
식어가는 햇살 끝 힘 좋게 앞산 정상을 오를 때
산 그림자 밟으며 해 따라 걷다보니 무릎이 앙탈이다
한발 내어 뒤 두면 그만큼 멀어지고 돌아보면 가깝다
음지엔 강아지가 그린 꽃 그림으로 드문드문 녹은 눈
순결 잃은 지 오래다
까치랑 참새가 대나무 숲 근처에서 하루를 앓는다
여럿이면 제 무리 스스로 덧을 놓는 법
솔개 높다
마을 벗어나 한적한 서낭에 이르니 잔설 녹인 마른풀도
각자의 이름으로 가볍고
길 섶 파란마늘 눈 끄러 모아 제 몸 덮었다
으슥한 모퉁이 뒤 뭇매 피해 숨 고르는 그리움
그맘때
엉성한 매화가지는 겨울에 묶였다
마음 묶일까 처음으로 돌아오는 오솔 길
꽃을 볼 수 없어 이맛살로 긁어버린 별빛 쓸쓸하고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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