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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말씀산책] 2월 3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R)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4-02-03 조회수589 추천수12 반대(2) 신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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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R) - 마르 5,1-20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이 시대 악령>

 

 

    예수님께서 배에서 내리시자 악령 들린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오는데, 마르코 복음사가는 악령 들린 사람의 참혹한 실상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무덤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무덤은 죽은 자들의 거처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무덤은 산 사람이 거처하기에는 적당치 않은 곳입니다. 그는 아마도 빈 무덤이나 무덤 사이에 굴을 파서 그 안에서 잠을 잤을 것입니다.

 

    악령 들린 이 사람은 얼마나 힘이 세고 난폭하던지 사람들은 두려워 떨었습니다. 큼만 나면 손에 잡히는 데로 부숴버리기 일쑤였고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힘센 장정들이 여럿 달려들어 그의 몸을 쇠사슬로 칭칭 감았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힘이 장사였던지 쇠사슬과 족쇄도 끊어버렸습니다. 그는 괴물 같은 존재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보면 멀찍이 피해 다녔습니다. 악령 들린 그 사람은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철저하게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그 역시 가급적 사람들을 만나지 않기 위해 민가와는 멀리 떨어진 산이나 광야, 무덤가를 떠돌아다녔습니다.

 

    악령 들린 사람들이 가끔씩 현실로 돌아올 때도 있다지요. 그럴 때 마다 참혹한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억울함과 비참함을 달래기 위해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울며불며 하느님을 원망하는 것이었습니다.

 

    물에 비친 기괴한 자신의 몰골을 바라보며 이게 과연 사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은 게 더 낫다며 자해행위도 했을 것입니다. 머리를 바위에 부딪치기도 했고 큰 돌로 자신의 몸을 치기도 했습니다. 악령으로 인해 그의 미래는 불을 보듯이 뻔했습니다. 객사, 아니면 동사, 아니면 자살...

 

    이렇게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악령 들린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권능의 예수님과 마주칩니다. 악령은 예수님께서 가까이 오신 것을 보고 벗어날 길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런 이유로 완전히 자신을 낮춥니다.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하며 큰 소리로 외칩니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으로 당신께 말합니다. 저를 괴롭히지 말아주십시오.”

 

    예수님의 기에 완전 눌린 악령들은 완전한 무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특별한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악령이 하느님의 능력과 위엄에 호소하며 자신의 거처인 악령 들린 사람에게서 쫒아내지 말아달라고 예수님께 부탁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쫓겨난다는 것은 곧 지옥의 괴로움 속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하고 외치시며 악령에게 이름을 묻습니다. 그러자 악령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악령의 이름은 독특하게도 ‘군대’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때 로마 군대는 6826명의 군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말은 그 사람 안에 6826마리의 악령이 붙어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열 마리 스무 마리가 아니라 수많은 악령들의 무리가 그 사람에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악령들은 수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똘똘 뭉쳐 그 사람 안에 들어가 괴롭히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 사람 안에 들어있는 수많은 악령들을 쫓아내시어 근처에 있는 돼지 떼 속으로 들어가게 하십니다. 그리고 이천 마리나 되는 악령 들린 돼지 떼들은 호수를 향해 비탈을 내려 달려 빠져죽고 말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많은 악령들과 당당히 맞서시며 악령 들린 사람에게 다시 한 번 생명을 부여하시는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악령들을 바라봅니다.

 

    악령은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비약적인 경제성장 그 이면에 깃들어진 죽음의 문화가 곧 악령들입니다. 부익부빈익빈의 현실, 집단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 경제지상주의, 학벌주의, 외모지상주의, 왕따 현상, 성매매, 마약, 자살에의 유혹...

 

    이 모든 악령들이 하루 빨리 돼지 떼들로 옮겨가기 바랍니다. 돼지 떼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악령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비탈길을 내리달려 호수 안으로 뛰어들기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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