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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미사의 모든 것20: 강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2-07 조회수6,426 추천수0

[미사의 모든 것] (20) 강론


성경으로 해석한 신앙의 신비와 그리스도인 생활 규범

 

 

강론은 가톨릭 성직자가 미사 전례에서 신앙의 신비와 신앙생활의 규범을 하느님 말씀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성경의 메시지를 현실화함으로써 신자들이 자신의 삶 안에서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이 강론의 본질이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빠져나오면 신부님 말씀이 기억나지 않는데 꼭 강론이 필요한가요?

 

조언해: 나도 엄마가 아침밥을 뭘 차려주셨는지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엄마의 정성스러운 아침 밥상이 하루를 지탱하게 하는 일용할 양식이고 내 생명의 자양분임을 알아. 신부님 강론도 마찬가지야. 우리를 신앙인으로서 삶을 지탱하게 하는 영적 양식이야. 그래서 강론은 꼭 필요한 거야.

 

라파엘 신부: 언해가 좋은 비유로 강론을 설명해 주었구나. 신자들은 강론을 듣기 어렵고 사목자들은 강론을 하는 게 어렵지. 강론은 말씀 전례의 한 부분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찌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단다. 신자들이 강론을 통해 하느님을 강렬하게 체험하기 때문에 강론은 중요하단다. 그래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강론은 거행되는 신비를 이해하도록 이끌고 사명으로 초대하는 것이어야 하며, 회중에게 신앙 고백과 보편 지향 기도, 그리고 성찬 전례를 준비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고유한 직무에 의하여 강론을 맡은 이들은 참으로 이 임무를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셨지. (「주님의 말씀」 59항)

 

나처음: 종종 신부님들께서 강론 때 정치나 사회 현안에 관해 과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봐요.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성직자는 종교 문제에만 관여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닌가요.

 

조언해: 사실 저희 부모님도 신부님들이 밖에서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지만 미사 강론 중에는 하지 않았으면 하셔요. 일부 신자들은 신부님의 강론이 복음 말씀과 상관없이 정치ㆍ사회 문제에 치우쳐 있다 해서 미사 참여를 하지 않거나, 전혀 그런 말씀을 하지 않는 신부님들의 미사에 찾아가요.

 

라파엘 신부: 강론은 하느님 말씀을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의 말로 다시 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거란다. 그렇다고 하느님 말씀을 단순히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바꾸어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경의 메시지를 현실화함으로써 신자들이 자신의 지금 삶 안에서 그 뜻을 되새기는 것이 강론의 본질이지.

 

하느님 말씀이 우리 삶 안에서 살아있는 말씀이 되려면 자연히 우리 삶 전체와 관계되어야 하지 않겠니. 신앙생활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인간의 삶에 대해 교회가 말해야 하는 것이지. 성직자는 신앙생활에 관해, 그 종교에 관해 말하라는 요구는 전능하신 하느님을 기도의 청만 들어주고 복만 내려주는 분으로 한정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어.

 

물론, 사제가 강론 때 지나치게 자기 취향에 따라 정치 발언을 하거나 사회 문제를 다룬다면 결코 하느님을 찬미하는 행위라 할 수 없겠지. 아울러 그날 미사의 말씀 전례 독서 내용만 해설하는 정도로 그치는 강론 역시 신자들로 하여금 피조물과 세상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잊게 만든다는 점에서 옳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지. 강론의 대상을 복음 해설에만 국한할 수 없고, 인간 삶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신자들이 이해하면 좀더 기쁜 마음으로 사제의 강론을 들을 수 있을 거야.

 

나처음: 강론은 언제부터 미사에 도입됐나요?

 

라파엘 신부: 강론은 헬라어 ‘ομιλια’(호밀리아)를 우리말로 옮긴 말로 아버지가 자녀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또는 동료끼리 대화 형식으로 하는 이야기를 뜻한단다. 전례에서 ‘강론’은 신앙의 신비와 신앙생활의 규범을 하느님 말씀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해. 그래서 전례와 상관없이 회중에게 교리나 신앙을 주제로 말하는 ‘설교(praedicatio)’와 구분해 사용하고 있지.

 

강론은 구약 이스라엘 백성들이 회당에서 율법서와 예언서를 봉독한 후 회당장이나 미리 지정한 성인 남자가 그 말씀을 풀이해 준 예식을 그대로 미사에 받아들인 것이야.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도 나자렛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셨지.(루카 4,16-21 참조) 또 초대 교회 사도들도 복음을 선포하면서 강론을 중요시하였단다.(사도 13,15-41 참조)

 

미사 강론에 관해 증언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유스티노 성인의 「호교론」이야. 유스티노 성인은 이 책에서 “독서가 끝난 후에 주례자는 이와 같은 좋은 모범을 본받으라고 가르치고 교훈하기 위해 강론을 한다”고 설명하였지. 하느님 말씀을 읽고 이에 대해 해석하면서 현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제시하는 방식의 이러한 강론은 특히 교부들에 의해 교리교육의 한 방편으로 발전하였단다. 암브로시오와 아우구스티노 성인,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오와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 같은 교부들의 많은 글이 사실 강론 때 했던 것이지. 특히 성 레오 대교황의 「성탄 강론」을 읽으면 미사 강론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자리를 잘 알 수 있어요.

 

조언해: 중세 때에는 강론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라파엘 신부: 중세로 접어들면서 신자들의 전례 생활이 아주 빨리 쇠퇴했단다. 이렇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인들이 전례 때 사용하는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이지. 4세기 초까지만 해도 로마 교회 전례 공용어는 당시 국제어로 통용하던 헬라어였지. 그러나 4세기에 이르러서는 많은 사람이 더는 헬라어를 사용하지 않아 성 다마소 1세 교황(재위 306~384년)께서 로마 교회에 속한 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라틴어를 전례 공용어로 채택했지.

 

선교사들의 활동으로 그리스도교가 서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많은 이민족이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이들 대부분은 라틴어를 이해하지 못했지. 그럼에도 불구에도 교회는 미사를 비롯한 전례 때 라틴어 외에는 다른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어. 사정이 이러니 강론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봉독한 하느님 말씀을 신자들에게 그 나라 말로 번역해 주는 것이 거의 전부였지. 이렇게 됨으로써 본래 의미의 강론은 미사 안에서 거의 무시됐고, 결국 신자들의 무관심으로 강론은 미사 안에서 비본질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단다.

 

강론의 쇠퇴는 말씀 전례의 쇠퇴를 불러왔고,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보다 성체께 대한 신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돼 말씀의 식탁과 성찬의 식탁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고 말았지. 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전례 개혁을 단행해 미사를 비롯한 모든 전례에서 각 민족의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단다. 이후 미사 중에도 말씀 전례가 활성화되도록 개혁해 강론의 중요성이 다시 두드러지게되었지.

 

나처음: 좋은 강론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파엘 신부: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강론자가 강론을 할 때 “친밀함과 따스한 어조, 가식 없는 말씨, 기쁨에 넘치는 태도로 해야 한다”(「복음의 기쁨」 140항 참조)고 조언하셨지. 강론은 성찬 예식에 앞서 하느님과 당신 백성이 나누는 대화에서 최고의 순간으로서 모든 교리교육을 뛰어넘는 것이란다. 그래서 강론자는 먼저 자기 공동체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해. 그래야 그 공동체가 하느님께 생생하고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한때 사랑으로 넘쳤던 그 대화가 어디에서 끊어지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지.

 

사제가 좋은 강론을 하려면 먼저 자신이 하느님 말씀으로 깊이 감화되어 그 말씀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사목자가 되어야 해.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좋은 강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셨단다. 먼저 주제가 통일되고 문장이 명료하고 일관되어서 사람들이 강론자의 말을 쉽게 따라가고 그 논리를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 마라’고 지적하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제시해 언제나 신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 지향적이어야 한다. 한 마디로 좋은 강론은 신자들에게 주님의 기쁨을 전하는 강론이지. 너무 어려워. 강론은….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2월 6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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