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낮 열두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어둠에 쌓여/묵주 기도 6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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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14-03-08 | 조회수537 | 추천수2 | 반대(1) 신고 |
(십자성호를 그으며)
고통의 신비 5단[1/6] :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 어둠의 시간은 장장 세 시간이나 이어졌다. 예수님의 지상에서의 막바지 고통이 십자가에서도 이어진다. 전날 저녁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드시고는 밤 세워 피땀을 흘리시면서 기도하신 예수님이시다. 그리고는 손수 잡히셔서 온갖 수모를 겪으시고는 아침 아홉 시 나절에 최고 의회에서 사형 결정을 받으셨다. 이때부터 예수님은 이미 죽으신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아홉시부터 열두시까지가 지상의 고통 시간이라면 지금은 십자가에서의 고통이시다.
빌라도로부터 마지막 사형 언도를 받으신 예수님은 골고타의 사형장에 도착하신 후 우선 몸에 옷을 벗기셨다. 이미 온 몸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처로 피와 살이 엉겨 달라 붙어있었다. 그 피땀 젖은 옷을 벗기실 때 피멍든 그 살이 다시 일어나는 아픔을 겪으셨다. 그리고는 앙칼진 십자가 나무를 침대삼아 하늘 향해 누우셨으리라. 그리고는 모처럼 반듯이 누우시고는 하늘의 아버지를 보시면서 이제 마지막 그 안도의 웃음마저 잃지 않으셨을 게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누우신 그 곁으로 다가선 이들의 손에는 손가락 보다 조금 더 굵은 쇠못이 쥐어져 있었다. 미소를 머금은 그들은 이미 취해 있었다.
아버지 하느님에게로 가시려는 하늘 향해 누우신 예수님의 마지막 미소도 잠시 뿐, 그들은 익숙한 손길로 예수님의 손바닥을 힘껏 내쳤다. 그 숙련된 망치질로 대못이 예수님의 망가진 손목을 관통할 때 마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무릎 관절이 심하게 떨렸으리라. 하늘을 찌르는 비명이야 어디 귀로서 담을 수 있으랴! 예루살렘 성전에서부터 따르는 이들의 비탄의 절규는 극에 달했을 게다. 눈물에 젖은 슬픔과 함께 쏟아지는 울음소리와 망치질에 따라 터뜨리는 수많은 비명으로 골고타는 잠시 새소리 물소리도 멎은 원망과 대성통곡 그 아비규환이었으리라. 눈물은 바다를 이루었을 게고 그 파도 소리는 골고타를 진동시켰을 게다. 그 둔탁한 망치소리는 딱딱한 십자가 나무를 맨땅에 치며 예수님의 온몸을 사정없이 뒤틀었다.
이미 죽은 목숨이지만 양손을 병정들에게 내어주신 예수님은 이제 스스로는 땅을 짚어 실수는 없는 지경이 되셨다. 이제는 쓸모작도 없는 그 모아진 발등위로 쇠못이 대어지고 또 망치질을 한다. 못은 발등의 잔뼈들 사이를 통과해 나무 깊게 내려 박혔다. 예수님의 상반신은 손목으로 묶이셨고 이제 남은 하반신마저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못질로 구멍 난 곳으로 진홍색의 뜨거운 피가 솟구치고 온 몸은 피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 외마디 하늘향한 비명도 이제는 멎고 그 가냘픈 숨소리마저 아예 가슴 짝 움직임으로만 들어날 뿐이다.
최후의 사형 집행은 못질 당한 그 십자가를 세워야 할 차례로 이어진다. 병정들 여럿이 밧줄로 십자가 위를 묶어 천천히 잡아끌자 십자가는 서서히 땅과 수직으로 세워진다. 온몸의 무게가 못에 걸린 손과 발을 찢으며 세워지는 그 고통이야말로 수난 중 가장 잔혹한 고통이었으리라. 치욕의 고통과 살을 에는 찢어짐이 엄습함은 그 누구도 어디 상상할 수 있으랴! 인간의 아들, 하느님의 외아들, 하느님의 가장 사랑 받는 아들 예수, 33세의 그 젊은 메시아를 그 시대 최대 치욕의 사형방법으로 처단되던 그 순간을 우리는 옷깃을 여미며 묵상해 본다.
사도 바오로는 이 치욕의 사건을 로마 서간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이 세상에 죄가 들어왔고 죄는 또한 죽음을 불러들인 것 같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죽음이 온 인류에게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의 경우와 아담이 지은 죄의 경우와는 전연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죄를 지어 유죄판결을 받는 것과는 달리, 한 사람의 올바른 행위로 모든 사람이 무죄 판결을 받고 길이 살게 되었다. 한 사람의 불순종으로 많은 사람들이 죄인이 된 것과는 달리, 한 사람의 순종으로 많은 사람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낮 열두시부터 온 땅이 어둠에 쌓여 오후 세 시까지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달래고 있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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