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신 의도 >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법한 우루과이 어떤 작은 성당에 있는 주님의 기도에 관한 어떤 문구를 되새겨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이라고 하지 마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마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마라.
아들 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하지 마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라고 하지 마라.
물질 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하지 마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하지 마라.
죽을 때까지 먹을 양식을 쌓아두려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듯이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라고 하지 마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하지 마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이라고 하지 마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주님의 기도가 매우 ‘교훈적’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기도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르쳐주신 의도가 바로 그 기도에 나와 있는 정신을 먼저 실천하라는 숨은 뜻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청하기 이전에 그것을 청하는 나의 자세를 먼저 살펴보라는 뜻 같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란 영화는 돈을 추구하며 살았던 한 인간의 일생이 그려져 있습니다. 디카프리오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아주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약간의 범법을 저지르며 미국 주식 시장에서 늑대라 부릴 정도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의 세일즈 능력은 탁월합니다.
그리고 그가 자신과 함께 할 능력 있는 사람들을 구할 때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이 가진 볼펜을 한 자루 던져주며 그 볼펜을 자신에게 팔아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볼펜은 품질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볼펜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만을 알려주려 합니다. 매우 따분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볼펜을 집더니 이렇게 디카프리오에게 말을 합니다.
“당신 이름을 적어서 저에게 주시겠습니까?”
디카프리오는 대답합니다.
“난 지금 볼펜이 없는데요?”
“그럼 이게 필요하시겠군요.” 하면서 볼펜을 던져줍니다.
차이가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펜을 팔아야 하면서도 자신만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볼펜의 성능만 강조하고 자신이 팔아야 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사람은 상대에게 집중합니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생각합니다. 볼펜이 없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기도를 하면서 내 위주로만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기도를 하기 이전에 하느님께서 필요로 하는 것을 내가 갖추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신 것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기도 안에는 우리가 무언가를 청하기 이전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이 무엇인지가 들어있을 것입니다. 그 조건을 채워주지 않으면 하느님은 우리 청을 들어주실 마음이 생기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 하느님은 하늘에 계십니다. 땅에는 계시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땅은 인간이 죄를 지어 아담과 함께 저주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 마음이 먼저 하느님께서 거하실 수 있는 성전이 되도록 깨끗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죄 있는 채 기도하면 들어주실 마음이 생기지 않으시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정말 친근하게 느끼고 있어야 합니다.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은 가족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아를 죽여야 합니다. 내가 영광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면 그분의 귀는 내 기도를 흘려버리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 하느님은 이 세상에 당신 나라를 세우시기를 원하십니다. 내가 기도하려 하는 것이 그분의 뜻과 부합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누군가의 행복을 상하게 하는 기도라면 어떻게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 하느님께서 주시려는 양식이 있습니다. 빵이 아니라 바로 말씀이십니다. 말씀은 곧 성체와 성경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느님께서 먼저 주시려는 양식을 거부하는 삶으로 다른 것을 청하고 있다면 어떻게 들어주시겠습니까?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 다른 이의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서 기도해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 죄를 짓지 않으려 하고 또 지었더라도 항상 회개하고 돌아오려는 마음을 지니지 않았다면 다른 기도를 아무리 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주님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기 위한 조건일 것입니다. 먼저 그 뜻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그분은 우리 청을 들어주시지 않을 것입니다. 기도의 방법은 없습니다. 산을 오르는데 수많은 길이 있고, 친구를 만나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다양한 것처럼 기도의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합당한 사람이 되어있느냐인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항상 하느님 앞에 나서기에 합당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분의 뜻을 잘 새기며 내 자신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