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탐구 생활 (39) 감사 기도의 시작 대화 예물 기도를 바친 사제는 성찬 전례의 핵심인 ‘감사 기도’를 드리기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하시던 날 밤, 당신의 파스카 희생의 성사를 제정하시던 그날 밤에, 빵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쪼개어 제자들에게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그 감사제가 이제 성찬례를 집전하는 사제의 손으로 재현되는 것입니다. 감사 기도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축성됩니다. 성찬 전례의 감사 기도에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표현만 담겨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성찬’이라는 말이 그리스 말의 ‘감사’에서 유래했을 만큼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하신 일에 감사드리는 것은 감사 기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점은 감사 기도를 시작하는 대화에서부터 분명히 드러납니다. 사제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신자 :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 사제 : 마음을 드높이. 신자 : 주님께 올립니다. 사제 : 우리 주 하느님께 감사합시다. 신자 : 마땅하고 옳은 일입니다. 미사의 가장 거룩한 부분인 감사 기도에 들어갈 때 사제와 교우들은 다시 한번 서로에게 주님의 현존을 알리고 빌어주는 인사를 나눕니다. 중요하고 어려운 사명을 수행하도록 하느님께 부름 받은 이에게 건네는 이 인사로 거룩한 신비에 더 가까이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사제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마음을 드높이.” 하고 말하면, 교우들이 “주님께 올립니다.” 하고 응답합니다. 인간의 정신과 의지, 감정의 자리인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으로 채우자는 말입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제의 “손과 함께 우리의 마음도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들어”(애가 3,41) 올리고, 바오로 사도의 권고처럼 땅에 있는 것은 생각하지 말고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자는 말입니다(콜로 3,1-2 참조). 그리고 마지막 대화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믿는 이의 첫 번째 본분을 되새깁니다. 그것은 감사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축복을 베푸시고 인간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피조물이 다른 어떤 것을 하느님께 드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창조주께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처럼 원래 주인에게 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피조물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 피조물이 창조주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하고도 최고의 것은 감사입니다. 사도 바오로도 그리스도인 생활의 주요 특징은 감사하는 것에 있다고 가르칩니다.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이 넘치게” 해야 하고(콜로 2,7),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감사를 드리고(콜로 3,17), “모든 일에”(1테살 5,18; 필리 4,6 참조), 특히 예배드릴 때(1코린 14,16-19; 에페 5,19-20; 콜로 3,16) 감사드려야 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이러한 감사는 삶의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늘 생활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성인들은 고난 속에서 순교하는 순간에도 십자가의 은총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치프리아노 성인은 자기의 사형 집행인에게 금 스물다섯 냥을 지불하여 환난 속에서 드리는 감사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성무일도 9월 16일 독서 기도). 성찬의 영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이를 하느님께 감사하는 계기로 삼습니다. [2021년 3월 7일 사순 제3주일 가톨릭제주 3면,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서귀복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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