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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요양원 미용봉사기
작성자
이부영
작성일
2014-07-10
조회수
621
추천수
2
반대
(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요양원 미용봉사기
내가 다니고 있는 요양원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치매 증세를 앓고 계신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서기가 바쁘게
“나 밥 줘” 하고 야단이시다.
“어르신!
배가 많이 고파요?” 하면
“응 나 밥 줘,
나 배가 고파 죽겄어“
막무가내인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현실은 현실,
이해를 하려고 마음을 다져도
온전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금방 먹었던 밥마저도
까마득하게 잊은 채
밥 달라는 소리만이
귀에 쟁쟁하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치매를 겪는
어르신들의 젊은 연세이다.
아직 채 칠순이 되지 않는
나이임에도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모르게 된다는 것이
서글프기만 하다.
치매 증상을 겪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가끔 온전한 정신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나에게 느닷없이
누구누구라고 하면서
일상 생활속에서 겪은 일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일이 예사다.
“아야, 동생아!
술 도가지에 술 가득 채웠냐?”
하시면서 소리치신다.
예전에 당신이 했던
주막집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지난 삶을 현실의 일로
심각한 어조로 반복하신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
비단 그 분만의 일이 아니라
언젠가 나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준다.
아침에 눈뜨면서
시작한 말들은
하루 종일 반복되고,
그 이야기는 내일까지도
그칠 줄을 모른다.
그 이야기가
언제 그칠지는 그 누가 알는지.
내가 하는 봉사는
매달에 한번 씩
환자분들의 머리를
깎아 드리는 일이다.
미용봉사를 하는 날은
아침부터 바쁘게 서둘러야만이
순조롭게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
미리미리 복도에 휠체어를 타고
질서정연하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천상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들이다.
사람이 흙에서 나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처럼,
성장 후에 다시 성장 전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하는
의아심이 생긴다.
“나 머리,
예쁘게 않 해 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여!
나 시내 미용실에
가야허는디!”라고
호통을 치시는 할머님은
머리를 자르는 와중에
일반 정신으로 돌아오신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리를 다듬는 손길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봉사는 이처럼
여러 가지 감정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
세월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서
어린 아이로 돌아간
어르신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
그리고 그 어르신들의
세월만큼의 시간을 축적해 온
나의 인생을 돌이켜 봄 등.
차가운 복도 아래
오늘 하루도 힘없이
메말라가는 영혼들이
한 움큼씩 떨어진다.
- 취원 글 중에서 -
(십자성호를 그으며)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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