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의 모든 것] (35 · 끝) 강복
신자들에게 하느님 강복 빌고 미사를 마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순 제4주일 미사에서 신자들에게 강복하고 있다. [CNS] 나처음: 신부님들은 미사 중에 성체와 성혈을 모두 영하시면서 왜 신자들에겐 성체만 주시나요? 라파엘 신부: 성체와 성혈을 모두 모시는 것을 ‘양형 영성체’라고 해. 12세기 때까지만 해도 신자들도 사제와 똑같이 모두 양형 영성체를 했지. 그러다 13세기 들면서 유럽 교회에 성체 공경 신심이 퍼지면서 성혈을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대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신자들이 양형 영성체를 꺼리는 경향이 늘어났어. 그리고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을 비롯한 당대 저명 신학자들이 “성체와 성혈 안에 그리스도께서 모두 온전하게 현존하신다”고 주장하면서 성체만을 영해 주는 ‘단형 영성체’가 교회 안에 확산되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교회 일부에서 이에 반대해 양형 영성체만이 구원의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생겨나는가 하면, 성체를 멀리하고 성혈만을 모시려고 하는 이들도 생겨났지. 교회는 이러한 행위 모두를 이단으로 단죄하고,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평신도에게 성혈을 영하게 하는 것을 공식으로 금지했단다. 양형 영성체가 평신도에게 부분적으로 허용된 것은 불과 60여 년 전 일이란다. 1962년부터 1965년까지 열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전례 개혁을 단행하면서 양형 영성체가 성찬 잔치의 표지를 더욱 완전하게 드러낸다면서 신자들에게도 이를 허락했어요. 교회가 신자들의 양형 영성체를 아직 완전히 허용하지 않고, 혼인성사 등 특별한 경우에만 허락하는 이유는 사목적 어려움 때문이야. 결코, 교리나 교회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그러는 게 아님을 염두에 둬야 해. 나처음: 하느님의 은총을 받으려면 영성체를 많이 할수록 좋겠네요. 조언해: 미사에 온전하게 참여하면 하루에 두 번까지 영성체할 수 있어.(교회법 제917조) 왜냐하면, 처음이 너처럼 영성체를 많이 하면 더 많은 은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이 있기 때문에 같은 날 여러 대의 미사에 온전히 참여한 사람이라도 두 번만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교회법으로 정해 놓은 거야. 라파엘 신부: 언해가 교리교사답게 잘 설명해 주었구나. 교회가 영성체 남용을 막는 이유는 성체에 대한 그릇된 신심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야. 양형 영성체를 부러워하거나 크기가 큰 성체를 모셨으니 몇 배로 은총을 더 많이 받았다고 여기는 게 성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의 하나이지. 영성체를 하루에 몇 번 하는지가 결코 중요한 게 아니야. 영성체를 통해 예수님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리라는 결심을 다지고, 자비로운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자기 쇄신이 중요한 거란다. 조언해: 저는 성체를 씹지 말고 녹여 먹으라고 첫영성체 교리 시간에 배웠는데 신부님들은 성체를 씹어서 영하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성체를 씹는 입 모양이 너무 크고 아그작 아그작 하는 소리를 내 경건함이 없어 보여요. 어떻게 성체를 영해야 하나요. 라파엘 신부: 성체를 씹어서 영하든 녹여서 영하든 그 방식 역시 중요한 게 아니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흠숭하고 그에 합당한 존경의 예로 영성체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거지. 사제와 성체 분배자뿐 아니라 성체를 모시는 신자들도 동작 하나하나에 온 정성을 다해 영성체 예식에 임해야 하지. 평신도가 직접 성체를 집어 들거나 성작을 들고 성혈을 모셔서는 안 돼. 또 평신도끼리 성체와 성혈을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안 돼. 언제나 집전 사제의 손에서 성체와 성혈이 담긴 성합과 성작을 받아 신자들에게 성체를 분배해야 해. 교회법은 사제를 거치지 않고 평신도가 직접 성체와 성혈에 접촉하는 모든 행위를 금하고 있단다. 조언해: 영성체 후 기도로 영성체 예식이 끝나는 거죠. 라파엘 신부: 신자들의 영성체가 모두 끝나면 사제는 성반과 성합, 성작을 닦은 다음 자리에 앉아 교우들과 함께 잠시 침묵 가운데 감사의 기도를 바친 다음 영성체 후 기도를 해. 이를 ‘감사 예식’이라고 하지. 중요한 것은 사제는 물론 신자들도 영성체 후 침묵 중에 성체성사를 통해 주신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기도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가끔 영성체 후 신자들이 성당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는데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야. 모든 신자가 경건하게 자리에 앉아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침묵의 시간을 꼭 가졌으면 해. 침묵 기도 후 사제는 영성체 후 기도를 바쳐요. 이 기도는 미사 본기도와 예물 기도와 함께 주례 기도에 속해. 다만 본기도와 달리 끝 부분이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성부께 바칠 때), “성자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성부께 바치지만, 마지막에 성자에 대한 말이 있을 때), “주님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성자께 바칠 때)라고 짧은 마감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이 기도로 ‘영성체 예식’ 그리고 ‘성찬 전례’가 모두 끝나지. 나처음: 드디어 미사가 마쳤군요. 조언해: 아니지. ‘마침 예식’이 남아 있잖아. 신부님께서 공지하시고, 인사와 강복을 하며 신자들을 파견하는 예식 말이야. 라파엘 신부: 하하! 처음이는 미사를 빨리 마치길 바라는구나. 예비 신자 입장에선 미사가 지루할 수도 있지. 영성체 후 기도가 끝나면 사제는 사목에 필요한 당부나 공지를 짤막하게 할 수 있단다. 가끔 본당이나 단체에서 이때 축하식 등 여러 행사를 하는데 바람직하지 않아. 사목상 필요한 행사들은 미사가 온전히 끝나고 사제가 퇴장한 후 별도로 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이후 사제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며 신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신자들에게 강복한단다. 나처음: 강복과 축복은 뭐가 다른가요 라파엘 신부: 축복은 ‘하느님께 복을 비는 것’(祝福)이고, 강복은 ‘하느님께서 복을 내려 주시는 것’(降福)을 말해. 전례 때 사제가 강복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대신해서 하는 것이란다. 조언해: 강복에도 여러 종류가 있죠. 라파엘 신부: 언해의 질문은 강복 양식을 말하는 것이지? 강복 양식에는 ‘보통 강복’과 ‘장엄 강복’, ‘백성을 위한 기도’ 세 가지가 있어. 보통 강복은 사제가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기 모인 모든 이에게 강복하소서” 하면서 크게 십자가를 그리는 양식이야. 장엄 강복은 「로마 미사 경본」에 20가지 양식이 제시되어 있단다. 이 양식들은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시기 등 특별 전례 시기와 대축일, 연중 시기 양식으로 구분돼 있어. 장엄 강복 양식은 모두 주례 사제가 신자들을 향해 두 팔을 펼치고 외는 3번의 강복과 신자들이 “아멘”으로 응답하는 양식으로 구성돼 있단다. 그리고 언제나 주례 사제가 십자가를 그으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복을 기원하는 보통 강복으로 끝난단다. 장엄 강복을 받을 때는 지역 교회에 따라 무릎을 꿇거나 고개를 숙이면서 받는단다. 백성을 위한 기도는 미사 경본에 26가지 양식이 수록돼 있어요. 이 기도는 사순 시기 평일 미사 끝에 바치던 기도가 발전한 것으로 장엄 강복 형식과 같단다. 나처음: 강복을 마치면 드디어 미사가 끝나는 거죠.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고 사제가 외치시잖아요. 우리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서요. 라파엘 신부: 그래 미사에 참여한 모든 신자는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복음을 선포하도록 파견되지. 이 파견은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마태 28,19-20)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이며, 그리스도인의 사명이지.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3월 2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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