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곡 중의 하나지만 감정과 실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절대 불려서는 안 되는 곡이 있습니다. 바로 임재범의 ‘고해’입니다. 노래를 직접 들어보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가사만 적어봅니다.
- 임재범 고해 -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그녀를 사랑합니다.
조용히 나조차 나조차도 모르게
잊은 척 산다는 것 살아도 죽은 겁니다.
세상의 비난도 미쳐 보일 모습도
모두 다 알지만 그게 두렵지만 사랑합니다.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런 피 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게요.
허나 그녀만하나만 허락해 주소서.
아마도 신학생이나 사제가 부르면 맞는 가사일 것입니다. 하느님을 따르기로 결심했지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갈등이 찾아옵니다. 하느님과 흥정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을 따를 테니 그 사람 하나만 허락해 달라고. 그러나 하느님께 우리가 무언가를 해 드린다고 과연 그분께 다른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처지일까요?
오늘부터는 에제키엘서가 시작됩니다. 에제키엘서는 에제키엘이라는 예언자가 바빌론으로 유배가서 그 생활하는 동안, 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아 망하고 유배를 오게 되었는지를 뼈아프게 예언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흐르는 분위기는 ‘희망’입니다. 마치 다 썩어버린 뼈다귀가 살이 붙고 사람이 되듯, 자신들을 다시 당신의 백성으로 삼고 새 예루살렘으로 이끄실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예언서입니다.
오늘 독서는 그 시작부분인데, 하느님의 영광이 에제키엘에게 나타나 에제키엘이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묘사는 요한 계시록에 나오는 것과 비슷합니다. 바람이 불고, 큰 구름과 번쩍거리는 불이 밀려들고, 그 광채 한가운데 금붙이와 불과 같은 하느님의 영광이 큰 무지개를 뿜어내듯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큰 바퀴와 이상한 형태의 동물들,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는 천사들과 후에 4복음서를 상징하게 될 생물들이 나타납니다.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서 정말 무섭고 힘 있고 위대한 누군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특수효과를 다 쏟아 부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에제키엘을 예언자로 부르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한 계시록에서 요한이 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본 사람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겁에 질려 ‘그저 목숨만 살려주시면 하라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떤 특별한 소명으로 부르실 때 우리가 그 소명에 응답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무언가로 부르시고 있는 그 분의 참 실체가 무엇인지는 깨닫고 있으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사제가 되라고 부르심을 받아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저는 당신의 뜻 보다는 이 사람을 택하겠습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부르심으로 부르고 계신 분은 내가 감히 얼굴을 들어 눈도 마주칠 수 없는 전지전능하시며 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존재도 없이 사라지게 하실 분이라는 것만은 알아두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유’라는 것을 주시기는 하셨으나, 그것은 순전히 그분의 사랑 때문이지 결코 우리의 ‘흥정상대’가 될 수 있는 분이 아니신 것입니다.
결혼하기 전 사랑이 불타오를 때는 상대만 있어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면 점점 상대가 무언가를 바꾸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대로 무언가를 고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하며 그것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기도 합니다. 처음엔 안 그랬지만 상대가 점차 작아 보이니 그런 요구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흥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흥정을 한다는 말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약해진 동시에 그분을 하느님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하면 변할 수 있는 보통 사람처럼 격하시켜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목숨을 바치신 분이시지만, 그 분은 우리가 결코 “내가 이것을 해 줄 테니, 당신은 나에게 이것을 좀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흥정할 상대가 아니라, 그저 머리를 땅에 대고 엎드려서 “당신께서 원하시면 저는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라고 고백해야 하는 분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