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Blessed are you among women,
and blessed is the fruit of your womb.
(Lk.1,42)
제1독서 묵시 11,19ㄱ; 12,1-6ㄱㄷ.10ㄱㄴㄷ
제2독서 1코린 15,20-27ㄱ
복음 루카 1,39-56
얼마 전,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어느 한식집에 들어가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설렁탕이 나왔는데, 그 맛이 너무 싱겁더군요. 저는 소금이 담겨있는 조그마한 단지에서 한 스푼을 덜어 설렁탕 그릇 안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간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너무 짠 것입니다. 그렇게 많이 넣은 것도 아닌데도 너무 짜서 결국은 물을 섞어서 먹을 수밖에 없었네요.
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약간의 소금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약간의 것으로도 충분할 때가 참으로 많았습니다. 조그마한 비누 하나로도 며칠 동안 몸을 깨끗이 씻을 수 있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연필 하나라도 노트 한 권을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조그마한 초라도 방 안을 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이 이 정도가 되어야 충분하다면서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약간의 것으로도 충분히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십니다.
작은 것으로도 충분하다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러한 사람은 아무리 어렵고 힘들게 보이는 상황이 다가와도 감사할 수 있으며, 기쁨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분을 우리들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에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친척인 엘리사벳을 만나 인사하자마자 찬양의 노래를 부르시지요. 사실 그 당시는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요.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잉태했던 순간,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엄청난 사명을 받았던 순간, 앞으로 다가올 어마어마한 일들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쁨의 노래를 부르십니다.
철저히 하느님께 순명하시고, 하느님의 뜻에 맞춰서 사는 삶 안에서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쁨의 삶이 오늘 우리들이 기념하듯, 죽음을 뛰어넘어 지상 생애를 마치신 다음 하늘로 불러 올라가시게 되는 ‘성모승천’이라는 영광을 얻도록 하셨습니다.
성모님의 이 모습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일보다는 세상의 일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우리, 끊임없이 걱정하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의심하는 우리, 기쁨보다는 어렵고 힘들다는 말을 통해 불평불만을 멈추지 않는 우리……. 이러한 우리의 모습 안에서 과연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환하게 드러날 수 있을까요?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철저히 의탁하면서 하느님의 뜻에 맞춰 살아가는 기쁨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환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많이 버릴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자유는 커진다(김미나).
말을 건네지 않은 나무(‘좋은생각’ 중에서)
일본에 가뭄이 들자 한 남자가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돌며 “말라 죽지는 말아 주렴.”하고 부탁했다.
사실 그가 모든 나무에게 그랬던 건 아니다. 남의 밭이나 도로 경계에 있는 사과나무에겐 말을 건네지 않았다. 사과나무와 말하는 모습을 주위 농가에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말라 죽은 사과나무는 적지 않았다. 밭 여기저기에 메마른 사과나무가 서 있었다. 그런데 사과나무를 살피던 남자는 기묘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말라 죽은 사과나무는 일정하지 않았고, 장소에 따른 규칙도 없었다. 강한 사과나무는 살아남고 약한 사과나무는 말라 버렸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가 있었다. 도미노를 쓰러뜨린 것처럼 한 줄의 사과나무만 죽었던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 일을 뼈아프게 후회한다.
그가 말을 건네지 않은 사과나무였다.
우리 곁에 말을 건네지 않는 사람은 없을까요? 사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뼈아프게 후회하지 말고, 지금 당장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넬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모습이 바로 생명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따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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